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규정을 더이상 미루지 않고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이미 규정을 만들어 놓고도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12년간이나 시행을 유예(猶豫)해왔지만 이번엔 반드시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해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정착시키는 것만큼 시급한 일이 없다. 회사를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월급을 꼬박꼬박 지급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법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노조전임자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회사측과 맞서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도 그렇다. 협상의 당사자가 협상의 상대방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게 무슨 명분과 설득력이 있겠는가. 설령 회사측에서 임금을 지급하겠다 하더라도 오히려 노조에서 받지 않겠다고 나서야 마땅한 일이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가져오는 폐해는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일을 하지 않고도 월급을 챙기니 전임자 수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조의 평균 전임자 수는 3.6명으로 단체협약에서 정한 것보다 16.5%나 많고 현대차 노조의 경우는 규정의 2배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일본이 전임자 1명당 조합원 500~600명,미국은 1명당 800~1000명인데 반해 우리는 1명당 149.2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지나치게 과격한 양상을 띠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전임자들이 무언가 일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려다 보니 사사건건 회사측의 꼬투리를 잡고, 강경투쟁 일변도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들은 지난 한 해 동안만도 노조전임자들에게 4288억원에 이르는 임금을 지급한 게 현실이다.

과다한 노조전임자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업들의 호소는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의 시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장관은 이번 발언이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