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과 태반추출물 주사제가 무더기로 퇴출된다는 보건당국의 발표가 이어져 국산 의약품의 신뢰도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를 조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007년 복제약 2천95개 품목과 사람태반추출물 주사제 28개 품목에 대해 약효 검증을 실시한 결과, 각각 60%와 40%의 제품이 약효평가 자체를 포기하거나 인체시험에서 기대되는 약효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산 의약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식약청의 의약품 관리 행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복제약 재평가 결과에 따르면 최초 개발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과가 동등한지 검증하는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 대상 품목 2천95개 가운데 무려 1천226개 품목이 이미 허가가 취소됐거나 앞으로 취소될 예정이다.

생동성 시험을 실시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은 14개에 불과했지만 무려 1천212개 제품이 생동성 시험을 실시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등 평가를 회피해 스스로 '퇴출'을 택했다.

식약청은 "이들 제품이 대부분 연매출액이 1∼2억원 미만으로 생동성 시험 비용(5천만∼7천만원)을 들이면서까지 계속 시판허가를 유지할 만한 실익이 없어 평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의 경우 생동성 검사 결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평가를 회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날 함께 발표된 사람태반추출물 주사제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20∼30억 원대 제품이 식약청 평가 직전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고의로 평가를 회피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생동성 시험이 의무화 되기 전에 출시되거나 생동성 시험 예외 대상 의약품의 상당수는 약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재평가 과정이 장시간 소요돼 환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제약 2천95개 품목에 대한 평가는 지난 2007년 시작됐으나 이날 결론이 발표되기까지 3년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특히 14개 부적합 품목 가운데 고지혈증치료제 13개 품목을 제조한 대웅제약은 장기간 자료제출을 회피하다 3차 요청을 받고서야 자료를 제출했다.

식약청은 "자료 제출을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느냐"며 규정대로 일정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13개 의약품은 앞서 의료계로부터 약효가 불충분하다는 의심이 제기된 제품이었는데도 시간끌기를 허용한 식약청의 평가제도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의 경우 자료 제출이 지연된 지난 한 해 동안 해당 제품들이 계속 처방돼 지난해만도 117억원어치가 팔려나가 도덕성 논란을 빚었다.

식약청 관계자는 "약품의 안전성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잠정 판매중단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