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유럽,두 대륙에 걸쳐 있는 나라다. 고대 히타이트 도시국가에서 출발,그리스 로마와 오스만 튀르크까지 서로 다른 세력의 문화가 중층으로 겹쳐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다. '인류문명의 거대한 야외박물관'이란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에 그 찬란한 문화와 자연의 특징이 함축돼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도 9개나 돼 세계유산 탐방만으로도 한편의 훌륭한 여행을 완성시킬 수 있다.

◆카파도키아=카파도키아는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275㎞쯤 떨어져 있다. 신기한 버섯바위기둥 계곡과 거대한 지하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카파도키아 일대는 원래 화산지대였다.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제일 높은 에르지예스산과 하산산의 대폭발로 화산재가 쌓였고 그 위로 용암이 흘러 굳었는데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의 침식작용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지형이 탄생했다고 한다.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유명한 괴레메 지역에는 암굴교회가 있다. 카파도키아 일대에 산재해 있는 200여개의 암굴교회 중 10여개가 모여 있다. 로마시대 박해를 피해 숨어든 기도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했던 공간으로 내부에 성화가 그려져 있다.

다양한 코스의 투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계곡과 계곡을 옮겨다니며 그 독특한 풍광을 즐기는 '그린투어'와 '로즈밸리투어'가 인기다. 열기구 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 카파도키아 일대를 조망하고 버섯바위기둥 가득한 계곡을 날아다니며 구경하는 맛이 일품이다.


◆이스탄불 역사지구='동서양 문명의 교차로'란 말이 이스탄불보다 어울리는 곳은 없다. 이스탄불은 1600년간 로마제국,비잔틴제국,오스만 튀르크제국의 수도로 번성한 곳이다. 그 화려한 자취가 유럽쪽 구시가의 중심인 술탄아흐메트 광장 일대에 모여 있다. 아야 소피아(하기아 소피아),술탄아흐메트 모스크(블루 모스크),톱카프 궁전,카팔르차르시(그랑 바자르 · 덮개가 있는 시장) 등이다.

'성스러운 지혜'란 의미의 아야 소피아는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1000년(537~1453)이나 이어졌던 비잔틴제국의 기독교 신앙 중심이었다. 아야 소피아 맞은편에 술탄아흐메트 모스크가 있다. 술탄 아흐메트 1세가 이슬람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1616년 완성한 사원이다. 아야 소피아와 외형이 비슷한데 모스크 안 벽에 희귀한 푸른색 타일이 입혀져 있어 '블루 모스크'라고도 한다. 아야 소피아 뒤편의 톱카프 궁전은 1865년 해안가에 신축한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옮기기까지 500여년간 오스만 튀르크제국의 심장 역할을 한 곳이다. 카팔르차르시는 이스탄불 최대의 시장이다. 11개의 출입문이 난 하나의 담 안에 4000여개의 상점이 모여 있다.
◆파묵칼레=파묵칼레는 터키 남서부 데니즐리에 위치해 있다. 기원전부터 알려져온 온천 휴양지다. 높이 70m의 폭넓은 언덕 한 쪽 경사면을 따라 형성된 노천온천 풀의 전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언덕의 경사면은 자연 그대로의 굴곡을 따라 층층이 쌓인 다랑논처럼 보이는데,하나하나가 개인 온천 풀처럼 되어 있다. 언덕을 흘러내린 온천수의 석회 성분이 침전하면서 형성됐다고 한다. 흘러내리는 온천수의 양과 온천수 속의 석회 성분이 침전되는 속도를 계산하면 그 역사가 1만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의 황제와 귀족은 물론 클레오파트라까지도 이곳에서 온천욕을 즐겼다고 한다. 198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언덕 경사면의 석회층을 보호하기 위해 입욕을 금지시키고 있다. 일부 허용된 곳에서만 맨발로 들어가 온천 체험을 할 수 있다. '앤티크 풀'에서 아쉬운 대로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다. 유수풀 형태의 노천온천 수영장으로 로마시대 장식기둥 조각들이 물 밑에 흩어져 있어 운치가 남다르다. 기원전 2세기께 페르가멈 왕국의 에메네스 2세가 세운 히에라폴리스란 도시유적과 원형극장 등의 로마시대 유적도 남아 있다.

◆넴루트산=넴루트산은 터키 동남부 아드야만에 있는 해발 2150m의 산이다. 유프라테스강을 굽어보고 있는 넴루트산 정상에는 고대 콤마게네 왕국의 신전이 있다. 콤마게네는 기원전 190년께부터 기원후 72년 로마에 완전 합병되기까지 260여년간 존속한 작은 왕국이었다.

산정에 안티오쿠스 1세의 거대한 능묘가 있고 그 주변에는 신상을 둔 제단이 보인다. 안티오쿠스 1세 능묘는 그 높이가 50m로 거대한 피라미드처럼 보인다. 10m에 달하는 석상과 신상들도 7m 높이의 제단 위에 세워져 있다. 콤마게네 사람들은 독수리를 태양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신의 창조물로서 인간과 신을 중개하는 영물로 여겼으며 사자는 가장 힘센 동물로 왕국을 보호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사프란 볼루=앙카라에서 북쪽으로 2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프란 볼루는 터키 전통가옥들이 잘 보전돼 있는 마을이다. 골짜기에 위치한 옛 시가지의 돌길을 따라 늘어선 전통건축물이 2000여채에 이른다. 이 중 1131채가 보호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오스만 튀르크제국 시대에 세워졌으며 어떤 것은 14세기 초에 지어진 것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

터키항공(수ㆍ금ㆍ일요일)과 대한항공(화ㆍ금ㆍ일요일)이 이스탄불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2시간 안팎.유럽이나 동남아 주요 도시를 경유해 들어갈 수도 있다. 이스탄불에서 앙카라 등 터키 국내 20여개 도시로 운항하는 국내선을 이용할 수 있다. 장거리 버스 노선이 잘 발달돼 있다. '오토갈'이라고 하는 버스터미널에 가면 각지로 이동하는 여러 등급의 버스를 쉽게 탈 수 있다. 이스탄불과 앙카라 시내에는 전철이 운행된다.
사계절이 뚜렷하다. 봄,가을이 짧고 여름은 고온건조하고 겨울은 우기로 비가 많이 내린다. 해안부는 비교적 온화한 해양성 기후 특성을 보인다. 우리나라보다 7시간 늦다. 3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까지 7개월간은 서머타임제를 실시한다. 화폐 단위는 터키리라.1터키리라에 940원 내외다. 터키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02)336-3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