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추경'이라 불리는 총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그제 확정됐다. 저소득층 생활 안정,고용유지 및 취업 기회 확대,중소 · 수출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지역경제 활성화,미래 대비 투자 등이 정부가 정한 5대 자금 사용처다. 추경안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일은 추경이 정부가 선심을 쓰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엄연히 이는 국민들의 혈세를 더 거둬 정부가 관리하는 것일 뿐이다.

사상 최대 추경은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막대한 재정 지출 증가가 소모적인 빚잔치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사후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추경이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이를 토대로 갈수록 심화되는 국내 경기 침체 양상이 진정되고 새로운 회복의 전기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재정 자원을 적기에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에 마련된 정부 · 여당안은 앞으로 국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여야간 추경 규모와 사용처에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다행히 서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여야간의 공감대는 마련돼 있다. 정치권이 추경안에 대한 대타협을 이루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재정 지출 효과는 그만큼 확대될 것이다.

둘째,재정 자금이 국내 소비와 투자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우선 복지 전달 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저소득 빈곤층 등에 대한 생계 지원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누수 현상이 발생한다면 이는 오히려 경제 사회 안정에 화(禍)가 될 수 있다. 새롭게 시도되는 전통시장 쿠폰제가 재래시장에서 원활히 유통되도록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민뿐만 아니라 중소 · 수출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원래 취지대로 집행되는지도 수시로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많은 돈이 일시에 풀려나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배당된 돈을 단지 어떻게든 쓰기 위해 억지 사업을 벌이는 일이다. 예산실명제는 이를 방지하는 바람직한 제도다. 다만 벌을 주기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용도로도 활용해야 이 제도의 취지가 보다 더 살아날 수 있다.

셋째,정부재정 확대로 예상되는 '구축효과'를 최대한 예방해야 한다. 정부안대로라면 이번에 추가적으로 발행될 적자 국채가 17조2000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시중부동자금으로 국채 소화는 무난하다고 하나 일시적이라도 채권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시중 자금이 국채로 몰리면 기업 자금 사정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미국처럼 대규모는 아니라도 중앙은행이 국채나 회사채 등을 어느 정도 소화해주어야 시중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넷째,추경의 집행과 함께 산업 구조조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막대한 재정 지출에도 불구하고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속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렸으나 회생이 어려운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일본은 경기 회복의 계기는 잡지 못하고 국가 부채만 불어나게 됐다.

마지막으로 이번 슈퍼 추경이 보다 빛을 보기 위해서는 이의 기대효과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 경제운용 전략'을 구상해 나가야 한다. 녹색 뉴딜,휴먼 뉴딜 등 이제까지 나온 수많은 경제 전략들을 모아 체계화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실현 방안을 마련해야,추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 도약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