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요즘같은 불황 때 더 치고나갈 생각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처럼 위기를 정면 돌파한 생존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테니까요. "

박동훈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57)의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다. 올들어 수입차 판매가 전년 동기대비 20% 안팎 감소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지만,전혀 위축된 모습이 아니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그는 "폭스바겐이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차 판매대수 일등을 달리고 있는데,유독 한국에서만 일등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얘기다. 또 아무리 힘들어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사장은 "올해 판매목표를 작년의 5120대보다 17.3% 증가한 6000대로 세웠다"며 "지난 달엔 수입차 점유율 4위를 기록했는데,2위 아우디와의 격차가 29대밖에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5위(렉서스)와의 격차는 183대에 달했다.

올해 폭스바겐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은 중형세단 CC와 신형 골프 등 신차가 될 것이란 게 박 사장의 예측이다. 지난 달 초 선보인 4도어 쿠페 CC는 출시 6주 만에 계약대수 200대를 돌파했다. 또 베스트셀링 해치백인 신형 골프를 올 9월께 내놓아 돌풍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원 · 유로 환율에 대해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독일 본사에서 환차손을 전액 부담하고 있지만,본사 역시 손실폭을 언제까지든 묵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요즘엔 환율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가장 기쁘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판매확대를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말 수입차 판매가 전반적으로 급감한 것은 할부금융 시장이 경색된 탓"이라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할부금융사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할부금융사를 설립할 경우 그룹 계열사인 아우디 및 벤틀리를 아우르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본사와 이 문제를 놓고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지만,초기 자본금이 200억원 정도 소요되는 탓에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향후 수입차 시장이 소형차급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입차 시장이 처음 개방됐을 때만 해도 수입차는 비싼 차란 인식이 있었다"며 "대형차 위주였던 시장이 작년을 기점으로 중형급인 B세그먼트로 내려왔는데,앞으로 골프와 같은 C세그먼트 차량이 가장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3월까지 2년 임기의 수입차협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박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한국기업들은 과거 경험이 있어 잘 견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