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여전히 부와 신분을 상징하는 차로 통한다. TV 광고처럼 40대에 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면,따로 말하지 않아도 주변에 웬만큼 성공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그만큼 품격 있는 차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2009년형 그랜저를 만났다. 시승에 앞서 현대차 관계자는 외관 디자인은 변화를 주지 않은 대신 6단 자동변속기를 처음 적용하고 엔진 출력과 연비 등을 크게 개선했다고 자랑했다. 세련된 외관을 뒤로 하고 차에 올랐다.

버튼으로 시동을 걸었더니 기분 좋은 엔진음이 곧바로 전달돼왔다. 시내 주행에 나섰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니 매끄럽게 앞으로 나갔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수준급의 순간가속력을 보여줬고 쏠쏠한 운전 재미를 줬다.

고속도로에선 6단 자동변속기를 시험해봤다. 좁아진 변속구간으로 기어변속이 한층 자연스러웠고 그만큼 가속이 원활했다. 5단 변속기를 적용했던 이전 그랜저가 가속 때 치고 나가는 힘이 조금 부족했다면,신모델에서는 이런 결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정지선에서 출발하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속도는 시속 100㎞까지 무리 없이 올라갔고 이후 가속에서도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2009년형 그랜저의 가장 큰 변화가 주행성능이라는 얘기도 실감할 수 있었다. 6단 자동변속기는 현대차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으로 전 세계 완성차 회사로는 세 번째다.

자동변속기는 수동모드를 지원,보다 박진감 넘치는 운전을 지원했다. 다만 수동모드에서는 주행 속도에 맞춰 기어단수가 조정되지 않았고 패들시프트(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변속장치)가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승차감은 웬만한 수입차보다 뛰어났다. 웬만한 둔턱은 별다른 충격 없이 지나갔고 고속 급회전에서도 코너링이 매끄러웠다. 뒷좌석 탑승자는 승차감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연비도 한층 좋아졌다는 느낌이었다. 앞선 기술로 6단 자동변속기의 무게를 기존 5단 변속기에 비해 오히려 12㎏ 줄인 덕이다. 부품 수도 62개나 적었다. 시승한 2.7 모델의 공인연비는 10.6 ㎞/ℓ로 기존 모델보다 0.9㎞/ℓ 높아졌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동안 계기판의 트립컴퓨터로 평균 연비를 측정해보니 12㎞/ℓ 이상 나왔다. 현대차에 따르면 세타(θ)Ⅱ 엔진이 적용된 2.4 모델은 최고출력 179마력,연비 11.3㎞/ℓ로 각각 15마력,0.9㎞/ℓ 향상됐고,람다(λ) 엔진이 적용된 3.3 모델은 최고출력 259마력,연비 10.1㎞/ℓ로 각각 26마력과 1.1㎞/ℓ 향상됐다.

또 대형차급에는 처음 적용된 에코드라이빙 시스템도 매력적이었다. 이 시스템은 주행하는 동안 연비가 좋을 때는 계기판에 녹색 불이,나쁠 때는 빨간 불이 켜져 연료 절감 운전을 지원해줬다. 오너 드라이버를 위한 엔트리급 대형차라는 점에서 실속형 사양이라 할 수 있다.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 친환경 실리카 타이어와 근거리 무선통신망인 블루투스를 이용한 핸즈프리 기능이 전 모델에 새로 적용돼 소비자를 즐겁게 할 것 같았다. 내비게이션 역시 기존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표준형으로 장착할 수 있어 부담을 덜어줬다. 하이패스 단말기를 전자식 룸미러에 통합시켜 편의성을 높였고 차체 자세제어장치(VDC) 등 안전장비를 전 모델에 표준 장비로 채택해 고급차다운 안전성을 제공했다.

2500만원부터 350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세부 모델을 제공,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점도 돋보였다. 특히 3.3 람다엔진을 탑재하고도 가격은 내린 L330 럭셔리 모델을 새로 운영하고 있다. 2009 그랜저 뉴 럭셔리의 모델별 가격은 ▷Q240 기본형 2552만원 ▷Q240 디럭스 2704만원 ▷Q270 디럭스 2790만원 ▷Q270 럭셔리 3019만원 ▷Q270 프리미어 3247만원 ▷L330 럭셔리 3316만원 ▷L330 TOP 3525만원 등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