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는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에서 과도하게 포장한 것처럼 대학 신입생 선발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환상적인 제도는 아니다.

교과부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학생의 성적,개인 환경,잠재력 및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대학입학 후 발휘될 잠재능력을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데 기여하고,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며,나아가 사교육비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920년대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 비춰보면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원하는 기준에 의해 마음대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그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지 않아도 될 때 정착할 수 있는 제도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가 뿌리를 내린다고 해서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어쩌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망치를 가지고 유리창의 찌든 때를 닦고자 하는 것처럼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망치에 충분한 쿠션장치를 입히고,사용시 유의점에 대해 잘 설명한다면 피해를 줄이면서 기대하는 효과를 조금은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먼저 신입생 선발과 관련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그 뿌리를 다시 분석해 보아야 한다. 인기 있는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신입생 선발시 대학이 원하는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들 중에서 상당수를 탈락시켜야 하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이 과정에서 0.1점의 차이가 아닌 다른 기준과 방식으로 합격자를 결정하기 위한 제도이다. 학생들의 배경과 잠재력은 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가 타당성과 공정성을 가지려면 교사가 어느 정도 객관적 기준에 의거해 학생의 분야별 잠재력을 평가하고 이를 누적해 자료로 제공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학사정관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타당한 선별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교육비 증가 추세는 신입생 선발 기준 자체뿐만 아니라 잦은 선발 방식 변화,선발 기준 및 절차 다양화 추세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대학마다 선발 기준과 절차가 너무 다양하거나,과거의 경우처럼 고등학교가 이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와 여건을 갖춰주지 않으면 제도 변화는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진다.

지금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면 이를 위한 전문 기관이나 컨설턴트가 등장하고 이는 새로운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분간은 모집단위별 입학전형 특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즉 유사한 학문 분야끼리 혹은 비슷한 능력과 경험을 요구하는 모집단위별로 공통적인 전형자료와 평가 기준을 만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은 입학사정관 숫자,시행 경험 등 대학의 역량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야 한다. 또한 대학이 원하는 수준의 최저 수학능력을 갖춘 학생 중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과소평가됐을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데 이 제도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면서 점차 경험과 자료를 축적해 가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도 어려운 잠재력을 평가해 당락을 결정지으려고 할 경우 어려움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의 역량과 의지,대학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고등학교의 역량,전국 고등학교 정보에 관한 DB 제공 등 대학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국가의 역량,그리고 공정성 수준에 대한 사회적 인내 수준 등을 토대로 단계적으로 도입을 확대해가야 할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