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스와프는 회사채 등 채권에 대한 보증을 파생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 A가 B채권을 사들였다고 하자. 신용부도스와프는 A가 제3자인 C로부터 B채권에 대해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파생상품이다.

블룸버그 단말기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보증이 가능한 채권과 보증료(스와프 프리미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A가 제3자인 C에게 보증료 내지는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일정 액수의 B채권에 대해 보증을 받으면 A는 보장매입자가 되고 C는 보장매도자가 된다. C는 대부분 우량한 회사이므로 보증을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있고 A는 거꾸로 우량한 회사로부터 보증을 받게 되므로 B채권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린스펀 의장도 이 상품에 대해 한때 좋은 평가를 한 적이 있었다. B채권의 파산위험을 A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분담하는 구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스와프 거래가 없는 상태에서 B가 파산하면 A는 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자기도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스와프거래를 통해 C가 보증을 제공하게 되는 경우 B채권이 부실화되면 A는 이를 C에게 넘기고 원금을 챙기게 되므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C는 부담이 되지만 워낙 우량한 회사이고 프리미엄 수입도 많이 있으므로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B의 파산위험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분산되면서 상당한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 문제는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다. 최근 문제가 되는 AIG의 경우 프리미엄 수입이 짭짤하다고 판단하고는 AIGFP라는 자회사를 따로 만들어서 보장을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프리미엄 수입은 달콤했다.

한 해에 32억달러가 프리미엄 수입으로 들어올 정도였으니 보장매도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이렇게 들어온 수입으로 임직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이익을 내는 등 신나는 한때를 보냈지만 결국 금융위기가 오면서 상황은 돌변했고 이제 이 스와프는 AIG를 옥죄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AIG가 보장을 판매한 회사 중에는 골드만삭스 같은 미국회사도 있지만 도이치은행이나 산탄데르 은행 같은 외국계 은행들도 있다. 그런데 이들 외국은행이 보유한 채권이 부실화되자 AIG는 이들에 대해 원금보장을 해줄 수밖에 없다.

AIG에 지원된 자금은 미국납세자의 돈인데 그야말로 '피 같은' 공적 자금이 채권 보증으로 인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으니 미국 정부로서는 기가 찰 일이다. 이 와중에 임직원 보너스 지급이라는 악재까지 터지니 곤혹스러움은 더해갈 수밖에 없다.

AIG는 액면가 기준으로 40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보장을 매도했는데 이제 그동안 지급을 끝낸 부분을 합쳐 남은 보증규모는 3000억달러를 조금 웃돌고 있다. 아직도 한참 남은 셈이다.

어느 회사가 파산을 할지 짐작하기 힘든 상태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최근 환율로 환산해 보면 회사 혼자 640조원의 보증을 섰던 것이고 우리 경제 전체 GDP의 60%가 넘는 돈을 회사 하나가 책임지겠다고 나섰던 셈이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쏠림과 집중이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조선사가 환위험 헤지를 위해 미리 매도한 달러의 액수만큼 은행권(국내+외국계)이 외국에서 빚을 내서 국내시장에 판 부분이 외채 통계에 잡히면서 한국경제의 건전성을 훼손한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각자 최선을 다해도 전체 규모가 시장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가 되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교훈을 뼛속 깊이 사무칠 정도로 느끼게 되는 요즈음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