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고온으로 한낮 온도가 섭씨 15도를 웃돌면서 일찌감치 `닭병'에 걸린 듯 꾸벅꾸벅 졸거나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통 이런 현상을 `춘곤증'으로 부르는데 이는 겨울 동안 움츠렸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이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 증세라고 할 수 있다.

봄철의 대표적 계절질환인 춘곤증과 이와 구별되는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 춘곤증은 왜 생길까 = `춘곤증'은 사실 의학적 용어는 아니다.

의학교과서 어느 곳에서도 춘곤증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한다.

다만 봄철에 많은 사람이 흔히 느끼는 피로 증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이 봄에 피로증상을 느끼는 걸까? 그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전문의들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로 생리적 불균형 상태를 꼽는다.

우리 몸은 겨울 동안 추위라는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코르티솔'을 왕성하게 분비하게 되는데 봄이 되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추위에 적응하던 코르티솔 분비 패턴이 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2~3주)이 필요하고 이 기간에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활동량의 변화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추위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들게 되지만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피로를 느끼게 된다.

셋째는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대개 봄이 되면 졸업, 취직, 전근, 새로운 사업의 시작 등 생활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겨울 동안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 섭취의 부족에서 비롯된 비타민 결핍 현상이나 기온차이등에 의해서도 춘곤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 춘곤증과 만성피로증후군은 다르다 = 춘곤증의 경우 2~3주 동안 피로 증상이 지속됐다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만큼 만성피로증후군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만성 피로 증후군은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하거나 반복되는 만성적인 피로 증상이 있으면서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검사를 해보아도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해당한다.

또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일을 줄여도 피로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서 △피로 증상 때문에 이전에 비해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도 일단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환자들이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인두통 △목 부분이나 겨드랑이 부분 임파선의 비대 및 통증 △근육통 △관절통(관절 부위가 붓거나 발적 증상이 없는)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두통 △잠을 자고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은 증상 △평소와 다르게 운동을 하고 난 후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심한 피로감 등의 8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을 6개월 이상 지속적, 반복적으로 느낄 때에는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만성피로증후군과 만성피로도 다르다.

강북삼성병원 신호철 교수는 "만성 피로 증후군은 만성 피로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일 뿐이고 `만성 피로'는 피로 증상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만약 피곤감이 4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단순한 춘곤증이 아니라 다른 질환일 수도 있는 만큼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 면역력 약한 노인은 더욱 주의해야 = 봄철이 되면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일반인에 비해 피곤함이 더욱 증가해 무기력증을 호소할 수 있다.

특히 저혈압이나 빈혈증세가 있는 노인은 그 증상이 더하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또한 결핵, 만성간질환, 당뇨병, 갑상선질환, 신부전증, 심부전증 등에 의해서도 피곤함이 생길 수 있다.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가정의학과 김윤덕 과장은 "노인의 경우 춘곤증이 우리 몸에 잠복해 있는 다른 피로를 일으키는 질환(감기, 결핵, 간염, 갑상선 질환, 당뇨병, 고혈압, 빈혈 등)과 혼동될 수 있는 만큼 증세가 심하거나 4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춘곤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섭취와 수면,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이 필수다.

또 흡연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

흡연은 비타민C를 파괴해 피곤한 상태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은 것도 춘곤증 예방에 도움이 되며, 비타민 섭취가 쉬운 제철 채소와 과일섭취를 늘리는 것도 좋다.

이와 함께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계속 하면 춘곤증 극복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인의 경우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만큼 최소 하루 5∼15분정도로 시작해 매주 1∼2분씩 30분까지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도움말:신호철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가정의학과 김윤덕 과장)
<춘곤증 극복에 좋은 채소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