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류시장에서 두 SPA 브랜드(생산 · 유통 · 판매를 직접 담당하는 브랜드,일명 패스트패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유니클로'와 스페인 '자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포에버21',올해 'H&M''망고''톱숍' 등 SPA 브랜드들이 잇달아 국내에 진출,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도 독보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유독 유니클로와 자라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패션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까닭은 뭘까.

◆유니클로,'선택과 집중'형

유니클로는 2005년 국내에 가장 먼저 진출한 SPA 브랜드다. 첫해(2005년 9월~2006년 8월) 매출 300억원으로 출발,매년 60% 이상 급신장하며 올해(2008년 9월~2009년 8월) 매출은 13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트렌디한 제품보다는 니트 · 바지 · 티셔츠 등 기본 아이템을 대량 생산 ·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봄 · 여름에는 티셔츠 · 브라톱 등,가을 · 겨울에는 플리스 · 니트 · 히트텍 · 다운 등 시즌별 아이템은 변화가 없다. 대신 진출 첫 해 플리스를 12만장 판매한 데 이어 △2006년 프린트 티셔츠 20만장 △2007년 니트 23만장 △2008년 히트텍 17만장 등 매년 빅히트 아이템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은 한 제품을 4만~5만장 팔면 히트 아이템으로 꼽는다.

유니클로는 한 품목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생산원가를 낮춰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주요 제품이 디자인을 부각시키지 않는 기본 스타일이라 고객층도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다. 하지만 올 가을부터 세계적 디자이너 질 샌더로부터 디자인 컨설팅을 받고 '질샌더 라인'도 선보일 예정이다.

◆자라,최신 트렌드로 승부

자라는 유니클로와 정반대인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으로 지난해 진출 첫 해부터 선풍을 일으켰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신상품을 신속히 선보인다. 빅히트 아이템보다는 매주 두 차례 매장 제품의 10~15%를 신상품으로 교체한다. 3주가 지나면 매장의 80~90% 이상이 신상품으로 바뀌어,'유행에 따라 입고 (유행이 지나면) 버리는' 진정한 패스트패션의 대표 브랜드로 평가된다.

자라의 제품은 우먼 · 베이직 · TRF 등 여성 라인과 클래식 · 모다 · 영캐주얼 · 스포츠 등 남성 라인까지 워낙 광범위해 20~30대의 다양한 취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매년 선보이는 품목수만도 1만5000~2만여가지에 달한다. 수많은 품목을 한꺼번에 진열해야 하므로 대형점포에만 입점한다. 660~990㎡(200~300평)에 달하는 대형 매장의 월 평균 매출은 13억~18억원에 이른다. 올해 10개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