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 여부와 사실 여부의 차이

# 이를 통해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가 파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른 시일 내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을 쓰면서 무심코 저지르기 쉬운 표현 중의 하나가 '○○ 여부'이다.

문장 속의 군더더기는 틀린 것은 아니더라도 글의 흐름을 처지게 하거나 어색하게 만들기 때문에 평소에 훈련을 쌓아둬야 한다.

'여부'란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 가령 '그의 생사 여부를 모르겠다'라고 하면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모르겠다'라는 말이니 이는 분명히 중복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그냥 '생사를 모르다'라고 하면 간결하다.

'진위 여부를 따지다'라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를 따지다'란 말이니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덧붙은 꼴이다.

당연히 '진위를 따지다'라고 함으로써 충분한 표현이고 완성된 문장이다.

하지만 둘째 문장에 쓰인 '사실 여부'는 '생사 여부'나 '진위 여부'와는 좀 다르다.

가령 '그 소문에 관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라고 했을 때 이는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 중이다'란 뜻이다.

이를 똑같은 군더더기의 범주에 넣어 '여부'를 생략한 채 '사실을 확인 중이다'라고 한다면 의미 전달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범행 가담 여부를 캐묻다'라고 할 것을 '범행 가담을 캐묻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또 '합격 여부를 알기 위해…' '성공 여부는 너에게 달렸다' 같은 표현을 '합격을 알기 위해…' '성공은 너에게 달렸다'라고 하는 것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반쪽을 생략한 말에 불과하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든 뜻이야 대충 통하겠지만 엄격하고 정밀한 표현 방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생사'나 '진위' 등 대립되는 의미로 쌍을 이루는 말 뒤에 오는 '여부'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해 군더더기인지 아닌지를 판별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