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의 40% 이상을 채권 ·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토록 하는 내용의 MMF자산규제 합리화 방안을 내놓았다. 시중 유동자금이 지나치게 단기부동화하는 것을 막고 생산자금 공급확대를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圖謀)해 보자는 취지다.

정부의 계산은 분명하다. 자본확충펀드(20조원) 구조조정기금(40조원)에 이어 30조원 규모의 추경예산까지 추진되면서 나날이 확대되는 국채 발행 수요를 소화할 여력을 최대한 늘리자는 것이다. MMF는 만기 1년 이내 국채만 편입케 돼있는 규정을 펀드자산의 5%까지는 만기 1~5년 국채도 편입할 수 있게 개정키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시중유동자금이 생산분야로 흐르지 않고 단기부동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의 조치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125조원에 이르는 전체 MMF가 이 비율을 준수할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채권 수요만도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고 보면 실제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MMF자산의 40% 이상, 일본은 50% 이상을 채권 등에 투자토록 정해 놓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 설득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 MMF자산의 가중평균잔존만기(듀레이션)가 90일 이내로 제한돼 있는 까닭에 5년 만기 국고채 등을 편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듀레이션을 90일 이내로 인정하면서 차후 발행할 예정인 FRN(변동금리부채권) 소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정도로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회사채 기피 현상 또한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우리가 누차 강조해왔듯 자금의 단기부동화 해소 및 채권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선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時急)하다. 건설 조선 해운 업종에서 시작된 기업구조조정의 속도를 한층 높여 죽일 기업과 살릴 기업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투자활동에 나설 수 있다. 국채나 회사채 등을 대상으로 보다 다양한 투자상품을 개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