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예금액이 많을수록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카드사는 불황기일수록 비용 절감을 위해 소비자 혜택을 줄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는 금융상품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16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의 'KB스타트통장'은 출시 1년2개월이 지난 13일 기준 계좌 수가 105만6274개에 달했다. 월별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6만82명에서 1월 6만4429명,2월 9만8556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 상품은 3개월 평균 잔액을 계산해 금액이 100만원 이하일 때 연 4%의 금리를 적용하고 10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연 0.1%의 이자를 준다. 입금액이 많을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일반적인 예금과 정반대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급여계좌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서민섬김통장'도 3000만원을 가입 상한선으로 하고 소액의 예금에 대해 최고 연 4.6%의 금리를 적용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 9일 출시한 '현대카드 R10'은 5일 만에 1200장이 발급됐다. 다른 카드에 비해 회원 수 증가속도가 40~50% 이상 빠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혜택을 줄이는 추세와 달리 회사 주력카드인 '현대카드M'의 평균 적립률 2%보다 5배나 많은 10%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고 있다.

일정액의 카드대금을 미리 지불하면 사용액의 0.5%를 돌려주는 삼성카드의 '생활비 재테크 서비스'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18일 처음 시행한 이후 한 달 만에 신청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섰다. 롯데카드는 롯데계열사 이외의 가맹점으로 포인트 사용 범위를 넓힌 '롯데 엔크린카드'를 내놓았다.

최경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도 고객이 원하는 핵심 가치에 주목해 집중적인 마케팅을 펴는 방식으로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