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아가

얼음 밑 개울아

버들눈 떠 봄이란다 이제 나 원없이 떠나련다


-고은 '이른 봄' 전문

얼음 풀린 개울에서 여린 물소리가 들린다. 때묻지 않은 아기 울음소리를 닮았다. 연약하고 아름답다. 바람 속에서도 희미하게 푸근함이 느껴진다. 그 바람을 타고 버드나무가 겨우내 감고 있던 눈을 맨 먼저 떴다.

벌써 남녘에선 꽃 소식이 올라온다. 이미 매화는 만개했다. 산수유 벚꽃 진달래 철쭉도 곧 깔깔거리는 아기처럼 반도를 환하게 수놓을 것이다. 이렇게 아련한 술렁임에 잠깐이나마 시름을 잊는다.

고단하고 우울한 세월이지만 모든 것이 잘 되리라.너도,나도 끝내 안녕할 것이다. 가냘프게 시작된 봄이 크고 넓고 분명하게 세상을 압도해오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