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일대 철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에 2016년까지 용산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서면 이 일대가 강남을 대체할 한국 최고의 부촌(富村)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최근까지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전망을 뒤집을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또 다른 국제업무지구들의 잇따른 등장이다.

서울 강남구는 최근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가 이전한 이후 이곳에 최고 114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이 포함된 국제업무지구 복합단지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강남구 계획대로라면 이 국제업무지구는 2015~2016년에 준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2015년 준공을 목표로 여의도에 추진 중인 국제금융중심지 개발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이 모두 세워질 것으로 보이는 2015~2016년에는 결국 이들 3곳 중 한 곳이 한국 최고의 부촌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유는 이들 지역이 신개념의 특화지구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국제업무지구는 외국인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 조성하는 만큼 외국인이 선호하는 직주근접(職住近接)형 환경이 꾸며진다. 서울시도 이를 감안해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부자들이 벌써부터 국제업무지구들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최근에 국제업무지구 조성 윤곽을 드러낸 곳은 강남구 한전 본사 부지다. 강남구는 한전 본사 부지에 2015년 무렵까지 대규모 복합단지를 지으면서 이곳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국제업무지구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전 부지의 경우 이미 상당수 글로벌 첨단 정보기술(IT)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주변 테헤란로 일대에 포진해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들 글로벌 기업이 강남의 인프라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한전 부지가 개발될 경우 외국 기업들의 강남행이 러시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2012년 준공 예정인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이 일대를 지나가는 데다 경기도 동탄신도시에서 고양 킨텍스까지 이어지는 지하 고속열차(대심도 전철)도 삼성동을 경유해 갈 가능성이 높다.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배후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변수가 있다. 강남구가 마련한 개발계획안을 서울시가 액면 그대로 받아줄지가 문제다. 특히 배후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주는 방안은 "지역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벌써부터 받고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외국인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한 주변환경이 강점으로 꼽힌다. 2015년 준공 예정인 260만㎡에 달하는 민족공원 1단계 지역이 반경 1㎞ 이내에 위치해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또 한강변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지하통로도 만들 예정이다. 지구 내에 주상복합 아파트도 일부 지어질 예정이어서 완벽한 형태의 직주근접형 생활 여건이 조성된다.

올해 초 정부로부터 국제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여의도의 경우 2013년까지 서울국제금융센터 파크원 등 초고층 빌딩들이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금융감독원과 주요 증권사들이 몰려 있어 글로벌 금융회사를 유치하기가 가장 손쉽다. 배후 주거지역(65만8000여㎡)에 있는 아파트가 낡아 외국인이 사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서울시는 이 일대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할 때 층고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거 여건을 개선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 3개 지구가 '국제업무지구'라는 타이틀을 걸고 비슷한 시기에 외국 기업 유치에 나설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 곳이 도태되면서 대규모 공실(空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서울시 내부에서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들 3개 지역이 서로 겹치지 않는 컨셉트를 마련해 개발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상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예정된 3개 지역은 부도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인프라는 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며 "결국 자신들만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이를 어필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