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브라더스의 몰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6개월이 지났으나 경제회복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가 꽉 막히면서 환하게 밝혔던 동네 곳곳의 상가 불빛이 꺼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는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의 활로 모색을 위해 기획 리포트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이승필 기자입니다.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미주 씨. 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이 씨의 미용실은 한 때 손님들로 가득했지만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한창 때는 세 명이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이 씨 혼자 매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이곳은 하루 평균매출 40만원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요즘엔 10만원도 벌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마약 가격도 올랐지만 있는 손님마저 놓칠까 봐 가격인상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이미주/서울 영등포구 "재료값이 많이 올랐다. 그런데 파마 가격 올리지 못한다. 올리면 그만큼 손님이 줄어드니까..." 돈벌이가 시원찮아 이 씨는 결국 아이들 학원비까지 줄였습니다. 이미주/서울 영등포구 "장사가 잘 될 때에는 한 가지씩이라도 꼭 가르쳤는데 장사가 안 되니까 셋 다 이번에는 학원 안보냈다." 먹을거리 장사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서 10년째 음식점을 운영해 온 김모 씨. 시장 안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지만 요즘엔 수입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경영난으로 김 씨는 결국 인건비 절감에 나섰습니다. 김모 씨/서울시 양천구 "제가 식당한 지 10년이 됐는데 그때는 종업원을 5~6명 써도 바빴다. 지금은 둘이서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 종업원은 낮에만 바쁠 적에만 쓰고 오후에는 혼자한다." 문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김모 씨/서울시 양천구 "방법이 없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손님한테 열심히 하고 친절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소비침체로 직격탄을 받는 곳은 자영업자들입니다. 실제 지난해 600만명대를 유지했던 자영업자 수는 올 들어 40만명 넘게 줄었습니다. 대다수 경영난으로 폐업했으며, 이후 실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임금 근로자에 비해 일하는 시간은 더 많은데 그렇다고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고 행복지수는 직업이 없는 사람과 비슷할 정도록 심각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이 과잉에 이르렀다는 것.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33.5%로 OECD 평균의 두배에 이릅니다. IMF이후 갈곳없는 실직자를 창업시장으로 대거 유인했는데, 경기침체로 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유훈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우리나라가 2006, 2007년도에 GDP 2만달러가 됐다. 실제로 일본이나 미국은 2만 달러를 돌파했을 때 자영업 비율이 10%를 갓 넘는다. 그런데 우리는 33.5%나 된다. 그렇다면 이게 과잉이다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자영업으로의 진입장벽이 낮은데 반해 폐업할 경우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폐업후 임금근로자로 옮기고 싶어도, 전직을 도울 직업훈련도 제대로 없고, 임시직 외엔 제대로된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정유훈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당장 고용보험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폐업을 하면 소득이 없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전직한다면 전직 가능성이 있느냐... 없다는 것이다. 이게 어렵다." 자영업자 스스로의 문제점도 지적됩니다. 기초적인 상권분석도 없이 창업하는 사례도 있으며 교육받는 것을 꺼려하는 것도 스스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대목입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것 외에는 해답이 없다며 한숨 짓는 자영업자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속에서 이들은 서서히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WOW-TV NEWS 이승필입니다. 이승필기자 sp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