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일제히 KT가 법에 명시된 필수설비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1일 KT와 KTF의 합병에 따른 업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통신업계는 모두 “KT가 관로와 전주를 제때 제공하지 않아 가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KT가 KTF와 합병할 경우 이러한 유선시장에서의 독점적 지배력이 고착화될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SK텔레콤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말 현재 11만3천km의 관로와 31만km의 광케이블, 그리고 378만본의 전주를 가지고 있지만 설비를 타업체에게 제공하는 비율은 각각 0.6%, 6.5%, 그리고 4.2%에 그치고 있습니다. 760만본의 전주를 가지고 있는 한전의 제공비율은 79%에 달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통신망에 대한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다른 통신업체의 요구가 있을 경우 KT가 보유한 필수설비를 대가를 받고 제공하도록 돼 있습니다. 기업이나 가정의 각 가입자까지 통신선로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KT의 지하 관로, 그리고 통신전주 등의 설비가 필요합니다.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최근 경기도 가평에 망을 깔고 있는데 2월에 KT에 2백본의 전주를 요청했는데 이중 120본만 제공할 수 있다는 답이 왔고 그마저도 중간에 전주가 몇 개 씩 빠져 있었다”며 KT가 필수설비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필수설비는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의 전용망 회선 구축에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KT가 필수설비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처럼 다른 사업자들이 먼저 시작한 서비스도 단기간내에 시장 지위를 역전시켜왔다”면서 필수설비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CATV 대표로 참석한 변동식 CJ헬로비전 사장도 방통위원의 공정 경쟁을 위한 인가 조건의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 “필수설비가 공정하게 이용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이석채 KT 사장은 “법치국가에서 사유재산권은 보장이 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KT의 모든 설비는 국가가 KT 주주들에게 판 것으로 사유재산”이라며 “다른 업체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필수설비 관련 이슈는 합병과 무관한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1일 KT 합병에 대한 통신업계 의견 청취 자리에는 이석채 KT 사장을 비롯해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 그리고 정일재 LG텔레콤, 이정식 LG파워콤,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등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이날 자리는 방통위가 KT와 KTF의 합병에 따른 영향을 업계로부터 직접 듣기 위해 마련됐으며 방통위는 다음주 18일 10차 위원회를 열고 합병 인가 조건 등을 결정할 전망입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