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개막한 제79회 제네바 국제 모터쇼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을 여실히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롤프 스튜더 제네바 모터쇼 총괄 담당자는 "자동차 생산국이 아닌 스위스에서 열리는 모터쇼여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없는 만큼 각 브랜드의 신차와 신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타 모터쇼에 불참을 선언한 미쓰비시와 닛산 등이 참가한 것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건재를 과시하면서 판매를 늘리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열릴 모터쇼 중 이 정도 규모의 행사는 제네바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2009 제네바 모터쇼'에는 전 세계 30여개국의 약 850개 자동차 관련 브랜드가 참가했다. 11만9000㎡에 달하는 전시장에는 총 250여개의 차량이 전시됐다.

◆마케팅 각축장 된 모터쇼

개막 전인 3일 전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열린 프레스 데이(press day) 행사는 '가장 럭셔리하고 미래 지향적인 모터쇼'라는 지금까지의 명성과 달리 자사의 차량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각축장을 방불케 했다.

폭스바겐은 이날 베스트셀러인'골프' 대신 소형 해치백인'폴로'를 전면에 내세웠다. 슈테판 그루잔 폭스바겐그룹 홍보총괄 사장은 "뉴 폴로는 기름 3.8ℓ로 100㎞를 달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 당 96g에 불과하다"며 "가격은 1만2100유로(약 2330만원)로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업체 브릴리언스도 1.3ℓ 소형 왜건 BS2를 소개하면서 1만유로(약 1926만원)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을 부각시켰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연비가 14.2㎞/ℓ로 경제적인 소형 크로스오버 해치백인 'A4 올로드 콰트로'를 적극 홍보했다. 현대자동차는 올 2분기 유럽에 시판할 신차인 'i20 3도어'를 공개하면서 유러피언 스타일에 맞게 연비를 높이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조한 점을 내세웠다.

◆저탄소에서 고연비차로

친환경차 이미지를 강조했던 기존 모터쇼와 다르게 올 제네바 모터쇼는 연비 효율이 높은 '기름 덜 먹는 차'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불황 트렌드를 반영,비슷한 개념이라도 당장 소비자의 구매를 끌어낼 수 있는 쪽으로 홍보 컨셉트가 바뀐 것.탄소 배출량 홍보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미쓰비씨는 한번 충전으로 180㎞를 달리는 전기차 '아이미브 컨셉트카'를 선보이고 올해 말 유럽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기아차는 소형 MPV(다목적 차량) 컨셉트카 '넘버3'를 공개하면서 높은 연비 효율을 적극 홍보했다. 기아차는 정차 시 엔진이 자동으로 꺼져 연비가 높아지는 ISG(Idle Stop & Go) 기능이 들어간 씨드SW ISG도 함께 전시했다.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차량의 디자인도 파격보다는 소비자 입맛에 맞춘 무난한 디자인이 대세를 이뤘다.

◆출시예정 신차 · 컨셉트카 위주

올해 제네바 모터쇼는 그 어느 때보다 출시가 임박한 신차와 컨셉트카가 주를 이뤘다. GM유럽 홍보 담당인 다니엘라 퍼러씨는 "자동차 산업 침체기를 맞아 올해 유럽 시장에서 잘 팔릴 차종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의 전시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3~5년 뒤가 양산 시점이던 컨셉트카는 출시 시기가 1~2년 뒤로 앞당겨졌고 전시 차종은 유럽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형 해치백이나 왜건으로 모아졌다. 도요타는 베르소 어반크루저 IQ 프리우스 등 내년 출시 예정인 차를 무려 4대나 소개했다. BMW 계열 미니는 이달 말 유럽 시장에 판매할 '미니쿠퍼 카브리오레'를 전시했다. 푸조는 올 하반기부터 유럽 시장에 판매하는 디젤 하이브리드 MPV인 '3008'을 내놓았다.

제네바(스위스)=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