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든 좋든 '임금 삭감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티끌 모아 태산' 같은 속담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닫는다. '부자가 되겠다' 또는 '돈을 모으겠다'는 식의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재테크에 성공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그에 알맞은 투자 방법을 택해 차근차근 실행하는 것만이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빠른 길이다.

◆행동지침을 세우라!

단시간에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우선 '한 달 100만원 적금' 또는 '월급의 50% 저축' 등 자기만의 원칙을 세우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평소 자신의 소비 및 저축현황을 점검해 본 뒤 이보다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면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하면서 저축액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

특히 결혼 전에는 한 달 소득의 70%는 저축과 투자로 돌린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올해 입사하는 새내기 직장인은 선배들보다 낮은 초임을 받게 됐지만,소득에 비해 가장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시기가 결혼 전까지란 점은 마찬가지다.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단기간에 소득을 크게 늘릴 수 없다면 저축과 투자를 확대하는 방법은 소비를 줄이는 것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계부 쓰기다.

지출내역을 일일이 기록하고 되돌아보면 불필요한 지출이 발견된다. 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도 10만원짜리 선불카드를 내밀면서 카드 액면금액 외에 현금으로 주는 것은 없다고 못박아두면 가계의 부담을 덜고 올바른 소비습관을 길러주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30대의 경우 재산 형성이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되면 주택마련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사면 빚을 갚느라 재산 형성의 기회를 영원히 놓쳐 버릴 수도 있다.

◆1000만원을 만들어라!

기본적인 원칙을 세웠으면 '종자돈' 만들기를 1차 목표로 정해야 한다. 일단 일정한 액수의 목돈이 마련돼야 같은 곳에 투자해도 '지렛대 효과'를 볼 수 있고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으로 투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면 1000만원 만들기를 첫 번째 목표로 정하는 것이 좋다. 이때 알맞은 금융상품은 은행의 정기적금이다. 최근 정기적금의 금리는 연 3%대로 낮지만 매달 일정액을 넣으면 만기가 됐을 때 목돈을 손에 넣을 수 있고 원금손실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최초 종자돈 만들기에 적금만한 것은 없다. 금리가 연 3.5%인 정기적금에 가입할 경우 한 달에 82만179원씩을 1년간 납입하면 이자소득세를 떼고도 1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상호저축은행을 이용하면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에 적금을 할 수 있다. 전국 106개 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적금 금리는 10일 현재 평균 5.49%로 은행보다 2%포인트 가까이 높다. 월 납입금이 100만원으로 같다면 1년 후 실수령액은 저축은행 적금이 시중은행 적금보다 10만원 이상 많다.

어느 정도의 목돈이 만들어졌으면 그 다음부터는 적금 외에 주식투자에 나서는 등 투자처를 다양화해 돈을 불려나가야 한다. 이 단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방법이 '100-나이' 법칙이다.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만큼을 원금 손실이 있더라도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상품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주식 및 펀드투자의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는 '100-나이' 법칙이 안내하는 것보다 안전자산 비중을 10~20% 높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승안 우리은행 PB팀장은 "주식시장의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 때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요요현상을 피하라!

매달 돈을 아껴 쓰면서 열심히 저축하는 데도 몇 년이 지나서 보면 별로 모아놓은 돈이 없다고 한숨 짓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저축으로 모은 돈을 평소 갖고 싶던 물건을 사는 데 쓴다든지 해서 남는 돈이 없어져 버리는 '재테크 요요현상' 때문이다. 모은 돈을 재투자해 더 큰 돈으로 불리지 못하고 그때그때 써 버리는 바람에 '저축→소비→새로 저축'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저축의 목적부터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결혼자금 전세자금 등으로 미래 특정한 시점에 지출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면 그에 맞게 액수와 만기를 정해 투자해야 한다.

특정한 시점의 지출보다 자산형성 자체를 목적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했다면 만기 후에 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

1년 동안 적금으로 모은 돈이 있다면 이를 1년짜리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다시 새로운 적금을 들거나 펀드와 정기예금에 절반씩 넣고 불려나가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계획이 없으면 1~2년짜리 단기 상품으로 돈을 모아놓고 그 중 일부를 소비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