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 바이오업계에 '빅뱅'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수 · 합병(M&A)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메가 딜'(초대형 거래)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10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대형 제약사 머크는 경쟁사인 셰링플라우를 411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지난 1월 화이자와 와이어스의 합병(681억달러)에 이어 올 들어 나온 두 번째 규모의 M&A다. 역대 제약업계 M&A로도 일곱 번째에 해당한다.

머크의 셰링플라우 인수가격은 주당 23.61달러로,지난 주말 종가에 34%의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셰링플라우 주주들은 1주당 0.5767주의 머크 주식과 10.50달러의 현금을 받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거래 중개로 1억4600만달러를 챙겼다.

미 화학업체이자 바이오 기업인 다우케미컬도 이날 경쟁사 롬앤드하스를 153억달러(주당 78달러)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우케미컬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에 실패,인수 협상이 유보되며 소송으로 비화되기도 했으나 막판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이 거래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다우케미컬 우선주 30억달러어치를 매입하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의 미 바이오제약업체 제넨텍 잔여지분 인수도 성사를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체들의 M&A는 기존 약품의 특허권 만료에 따른 생존 차원의 몸부림이란 평가다. 추락한 주가도 기업 인수에 호기를 제공하고 있다. 지질 저해제 '조코' 등 간판 품목의 특허 만료에 직면한 머크는 보유현금을 바탕으로 바이오 부문에 강점이 있는 셰링플라우를 사들였다는 분석이다. 셰링플라우는 유동성 부족으로 합병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다음은 브리스톨 마이어가 나설 차례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리스톨 마이어가 유럽의 사노피 아벤티스와 M&A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무리한 M&A가 오히려 경영 위기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날 셰링 인수를 발표한 머크 주가는 7.7% 하락한 반면 셰링은 14% 급등했다. 롬앤드하스를 인수키로 한 다우케미컬의 주가는 마감 후 거래에서 7.1% 떨어진 반면 롬앤드하스는 4.6% 올랐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