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이상 고위 간부들에게 여간해선 통하지 않는 마케팅이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이다. 팩스를 보내야 겨우 반응이 온다. 50대쯤 되는 임원들이 이메일을 직접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사실은 읽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이메일 번호가 몇 번이냐?"고 묻는 임원이 있다면 그 자체가 스스로 '넷맹'임을 자인하는 증거다.

1년 전쯤인가 나이가 50~60대인 제조업체 사장 15명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인터넷 얘기를 하다 궁금해서 직접 이메일을 쓰는 사람이 몇 명인지 물어봤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3명만이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비서들이 대신 체크해 준다고 했다. 그 중 2명은 아예 이메일 주소조차 없었다. '굴뚝 산업'이어서 그런지 '굴뚝 사장'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필명을 날리고 있는 전직 장관이 들려 준 에피소드.그가 도대체 왜 젊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빠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 게임을 배운 건 3년 전쯤.해 보니 재미가 있어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다만 꺼림칙했던 것은 성숙하지 않은 인터넷 문화였다.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게임이 안 풀리면 욕설투성이로 변하는 게 언짢았다. 참다 못해 이런 글을 올렸다. "살살 합시다. 난 70대 영감이오!" 그랬더니 이런 말이 돌아오더란다. "그래,임마! 난 초딩 5학년이다!"

'인터넷 굴욕'이라 할 만한 이 사례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그런 수모를 당할 정도로 스스로를 인터넷에 빠뜨렸기에 그 전직 장관은 지금도 새로운 책을 내고 젊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외국의 유명 교수나 강연자를 초청해 보면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60대,심지어 70대까지도 밤에 호텔에 앉아 이메일을 체크하고 업무를 본다. 블랙베리 폰까지 쓰면서 이동 중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을 보면 인터넷 시대를 맞아 오히려 첨단 장비로 무장을 강화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경영자들의 온라인 경쟁력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 손자가 학교에서 돌아와야 겨우 전화를 걸 수 있었던 30년 전 시골 할머니 수준의 경쟁력을 지금 적지 않은 한국의 경영자들이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이 더 쉬워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오늘부터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 보시라.연예인 얘기를 검색해도 좋고 가끔 '야한' 동영상을 봐도 좋다.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어쩌면 신사업 기회가 그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