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첫 만남과 자기소개의 달이다. 첫 만남의 어색함과 쑥스러움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각종 모임에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나를 다른 사람들과 대비해 간결하고도 인상적으로 소개하기란 매우 고민스러운 일이다.

연수생들의 자기소개에도 나름대로 기발한 전략이 동원된다. 먼저 자신을 낮추어 호감을 얻는 전략이다. "전 약학을 전공했고,4살 난 딸이 있어요. 모든 면에서 에이스가 되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고요. 비슷하게 '애있수'로 불러주세요. " 유사어를 활용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사람도 눈에 띈다. "제 이름은 고봉??인데 부모님께서 늘 밥을 고봉으로 퍼주시면서 베풀면서 살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밥이든 술이든 고봉으로 먹겠습니다. " 유머를 활용한 소개법도 있다. "부자는 맨션에서 살고,빈자는 맨손으로 삽니다. 부자는 개소주를 마시고 빈자는 '깡소주'를 마신다는데,저는 깡소주를 잘 먹지만 마음은 부자랍니다. " 연륜 있는 교수들의 자기소개도 연수생 못지않다. "제 이름은 영수인데요,부모님이 대학을 가려면 영어,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 "제 이름 현철은 '현철과 벌떼들'로 기억해주세요. "

비단 말로 하는 자기소개뿐 아니라 입학이나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은 더 중요하다. 과거 점수만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아온 대학들도 최근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이런 전형에서도 '특별한 나'를 소개하는 첫 관문은 자기소개서일 것이다.

한 명의 교수가 70여명의 연수생들을 지도하는 사법연수원에서도 교수들이 처음 접하는 것은 역시 연수생들의 자기소개서다. 펜글씨 교본 같은 안정된 필체의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작성자의 정성과 내실이 느껴진다. '취미 · 특기'가 '지적인 친구 따라 하기''책 읽는 척하기'라면 창의력과 감수성을 겸비한 연수생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 삼남매가 단칸방에 나란히 누워 서로 갖고 싶은 물건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에게 그 물건을 사주기로 한 약속을 어른이 되어 지켰다는 소개 글에서는 가족의 단란함과 형제애로 가슴이 먹먹해온다. 아무도 변론해주지 않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연민 때문에 동물보호와 관련 법률을 심층 공부해보고 싶다는 연수생의 영혼에는 자유로움과 평화의식이 깃들어 있다. 술을 못하는 것이 미안해서 사이다 한번에 마시기 연습을 했다는 연수생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세심함이 돋보인다.

선량한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는 검사가 되고 싶다거나,재판까지 오게 된 당사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판사가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은 각 직역에 대한 순수한 직관을 토대로 한다.

울타리를 둘러 그들만의 특권계층으로 남지 않고,약자의 편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는 1000여명 연수생들의 한결같은 포부는 법조계를 환히 비춰줄 새 희망의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