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글로벌 경기 침체는 미국 칠레 호주 등 신대륙 와이너리들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입니다. 값비싼 와인만 고집하던 사람들도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거죠."

호주 '킬리카눈' 와이너리의 네이선 웩스 사장(58)은 "요즘 품질은 좋지만 비싼 프랑스,이탈리아 와인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며 "와인 선택 기준이 '브랜드'에서 '합리성'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원산지에 얽매이지 않는 미국 한국 일본 등의 개방적인 소비자들이 와인 주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와인 생산국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웩스 사장은 킬리카눈 와인의 한국 출시 1주년 및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와인 갈리디너' 참석차 최근 방한했다. 킬리카눈은 파커가 이번에 들고 온 7종의 와인 중 유일한 신대륙 와인이다. 파커는 이번 갈리디너에서 소개한 '바로사 밸리 그린스 빈야드 쉬라즈 2004'에 98점(100점 만점)을 준 것을 비롯해 킬리카눈이 생산하는 레드와인 9종에 모두 90점 이상을 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와인 역사가 200년 정도인 호주가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대해 웩스 사장은 "와인 역사는 짧아도 포도나무는 프랑스보다 더 오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세기 말 필록세라 균으로 인해 프랑스 등 유럽의 포도나무 대부분이 죽었지만 신대륙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그는 "수령이 오랜 나무에서 더 좋은 포도가 생산돼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며 "킬리카눈은 1865년에 심은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고 말했다.

웩스 사장은 와이너리 CEO(최고경영자)이면서 첼리스트이기도 하다. 1970년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최연소(19세) 수석 첼리스트로 임명돼 지금도 활동 중이다.

웩스 사장은 호주 와인의 절반가량에 쓰이는 스크루캡에 대해 "스크루캡은 와인 보관이 용이하고 코르크보다 숙성을 천천히 진행시키는 장점이 있다"며 "머지않아 스크루캡이 모든 와인에 적용될 것이라는 로버트 파커의 예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쯤 후면 프랑스 · 이탈리아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와인에 스크루캡이 적용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글=최진석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