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아세안 정상회의가 6월 초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아세안+3 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정상회의를 연 적이 있으나 독립적으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한국을 방문해 단독으로 한 · 아세안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세안 10개국은 경제발전의 정도나 경제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1980년대 이후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했다.

아세안은 비록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겪었고 대외의존형 경제구조로 인해 현재 진행되는 세계경제 위기를 피하기는 어렵지만,저렴한 노동력,풍부한 자원,그리고 역내 협력 등을 통해 세계경제가 정상화되면 다시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이다. 아세안은 2015년까지 경제공동체를 완성할 계획인데 그에 걸맞게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아세안은 한국의 주요 시장이다. 2008년 우리의 대아세안 수출은 493억달러로 전체의 11.7%에 이른다. 이는 중국 21.7%,EU 13.8%보다는 적지만 미국의 11.0%,일본의 6.7%보다는 많다. 아세안으로부터 수입은 2008년 409억달러로 전체 수입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LNG,원유,천연고무 등 1차 상품의 상당부분은 아세안에서 오고 있다. 또한 아세안은 한국 기업의 최초 투자지역이며 2008년 말 우리 해외투자 잔액의 13.5%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이제 한국과 아세안의 경제협력은 한 단계 높아져야 한다.

첫째,아세안에 대한 경제협력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사실 현재 한 · 아세안 협력은 1990년대 중반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아세안에 대한 최대 수출품은 정유제품이지만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이 정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수출 확대가 쉽지는 않다. 또한 아세안으로부터의 수입은 주로 1차 상품에 집중되어 있어 역시 확대하기 어렵다. 양측은 교역을 안정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해야 한다.

둘째,중국시장에 대한 대체 혹은 보완시장으로서 아세안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교역과 투자의 대중국의존도는 급속히 증가했다. 수출의 20% 이상이,그리고 제조업 투자의 50% 이상이 중국으로 가고 있다. 중국경제에 문제가 생긴다면 한국경제의 운명이 달라진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의 보완시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향후 동아시아 경제통합과정에서 불거질 중국과 일본의 경쟁 및 그 경쟁이 가져올 불확실성을 아세안과의 협력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중 · 일간의 갈등이 동아시아 전체로 확산돼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세안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세안과의 협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역과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이미 발효된 한 · 아세안 FTA를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및 투자협정까지 완전히 발효시켜야 한다. 또한 아세안 저개발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가 과도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 저개발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

아세안 저개발국의 발전이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아세안이 아직은 노동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한국기업의 대 아세안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관광,호텔 등 아세안 기업이 비교우위가 있는 서비스 산업의 투자를 유치해서 우리의 서비스산업 수준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

아세안과의 경제협력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는 이미 1990년대 말 동남아의 외환위기가 한국에 바로 상륙했다는 점을 기억한다.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인식하고 한 ·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협력의 전기를 마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