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모터쇼가 열릴 때마다 꼬박꼬박 ‘깜짝쇼’를 하는 자동차회사가 있다. 스위스의 ‘린스피드(Rinspeed)’가 바로 그곳. 해외토픽에서 한번쯤 봤을 법한 신기한 자동차는 거의 모두 이 회사 제품이다. 제네바 모터쇼의 깜찍한 ‘아이콘’인 셈이다.

1977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동차회사라기 보다는 디자인회사에 가깝다. 대규모 공장도 없고 해외에 거미줄 같은 판매망도 없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달랑 한 대만 만들기 때문에 인력도 10여명이 전부다.

이 회사는 작년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세계 최초의 ‘수중자동차’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차량이름은 ‘스쿠바(sQuba)’. 리튬이온 건전지로 운행되는 스쿠바는 세 개의 엔진 가운데 한 개는 육지운행에, 나머지 두 개는 수중에서 움직일 때 사용한다.

스쿠바는 100% 전기자동차여서 배기가스가 전혀 없고, 윤활유마저도 자연상태에서 분해되는 물질이어서 해양오염의 우려는 전혀 없다. 지상에서는 시속 120km까지 달리고, 물위에서는 6km, 물속에서는 한 시간에 3km까지 움직인다.

신기하긴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성능이다. 누가 출근하면서 고속도로를 지나 물위를 달리다 잠수까지 하겠는가. 린스피드의 프랭크 린더넥트 사장은 “1977년 개봉된 영화 007시리즈에서 주인공 로저 무어가 탔던 수중운행 차량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말했다.

2007년에는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 탄소섬유 컨셉트카를 내놓았고 2005년에는 앞 자리에 운전자 혼자 않고 뒷자리에 두 명이 타는 3인승 차량 '센소'를 선보였다.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엔 IT와의 접목을 시도했다. 애플 아이폰을 스마트키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아이체인지’를 전시장에 진열했다.

린스피드는 도대체 이런 차량을 왜 만드는 것일까? 린더넥트 사장은 이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우리가 손님으로 와 있는 이 세상을 최선을 다해 지키는 것이 임무”라는 007의 대사를 인용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쓰일 친환경 차량의 제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차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린스피드가 이렇게 만든 차량은 양산용이 아니다. 차를 팔아서 돈을 벌 수는 없다. 그래서 린스피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길 때마다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뛴다. 보통 스위스와 인근 독일의 기업들이 십시일반 돈을 댄다. 린더넥트 사장의 집념과 열정이 자동차에 꿈을 심는 원동력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빛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비행하고 싶어하는 꿈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 꿈은 500년이 지난 20세기에 와서 실현됐다. 린스피드의 꿈은 언제쯤 빛을 보게 될까.

한경닷컴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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