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은 신입사원들 초봉까지 깎고,공무원과 민간기업 임직원들도 십시일반으로 월급을 반납하고 있는데 도대체 국회의원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최근 한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이다.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분담에 잇달아 나서고 있는데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는 '고통분담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 선진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세비를 공제해 사회단체에 기부키로 한 데 반해 정작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진 듯하다. 오랜만에 가진 모임이 졸지에 국회의원 성토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얼음처럼 차갑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전 국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고통분담 움직임에 국회만 애써 외면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나 제대로 하면서 세비를 꼬박꼬박 타갔다면 원망의 목소리가 이 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 여야 정치권은 지난 3개월 동안 정치싸움으로 허송세월하면서 시급한 법안 처리에 실패하는 바람에 민생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했다. 심지어 하루가 멀다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 모습을 연출해 국가 이미지 추락에 한몫했다.

아예 3월에는 계류중인 2548개의 법안을 뒤로 한 채 국회 문을 닫고 대거 외유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3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개인 또는 상임위 차원에서 외유 일정을 잡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미 출국한 상태이다.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해외출장과 수학여행까지 자제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고도 국회의원들은 연 1억1000만원에 달하는 세비를 챙기고 있다.

의정활동을 위해 여기저기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세비가 결코 많은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나 공기업 직원 샐러리맨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월급을 자발적으로 깎는 게 아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할 국회가 언제까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