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대로 와인을 마스터할 수 없다.사람들이 끊임없이 와인에 심취하고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양인 최초로 '와인마스터'(Master of Wine.MW) 자격을 획득한 지니 조 리(41·이지연)씨는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와인은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다. 와인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도 있고 슬픔을 느낄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의 '영국 와인마스터협회'(IMW·Insitute of Masters of Wine)가 주관하는 '와인마스터' 시험에 통과했다.

이씨는 현재 출판 준비 중인 '아시아인의 식탁에서 와인 마스터하기'(Mastering Wine at the Asian table)'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정기적으로 영국의 저명한 와인 잡지인 '디캔터(Decanter)'를 비롯해 한국의 '노블레스'(Noblesse) 등 와인 전문지의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또 영국 런던에서 매년 개최되는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드'(Decanter World Wine Awards)를 비롯해 '국제 와인 챌린지' 등 각종 와인 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초빙되기도 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요지.

--지난해 9월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와인마스터' 자격을 획득했는데.

▲1984년 비업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와인마스터' 자격을 획득한 영국의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와인마스터 시험을 치르는 과정은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서는 것과 같다. 험난하지만 일단 등정에 성공하면 그 성취감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라고 술회한 바 있다.

그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다.

--현재 '와인마스터'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몇명인가.

▲현재까지 와인마스터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277명에 불과하다. 동양인으로서 내가 처음이다.

--동양인이 '와인마스터'가 되는데 제약이 있나.

▲1953년 영국에서 시작된 와인마스터 시험은 1988년부터는 국제적으로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도록 문호가 개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 타이틀은 동양인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이었다. 와인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함께 영어와 프랑스어 실력도 갖춰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 언어를 통해 전달되는 와인관련 뉴스나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동양인으로서 이 자격을 따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은 느끼지 못했다. 대학졸업 후 언론사에서 근무하면서 글을 쓴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하버드대학에서 공공정책학과 국제관계 분야로 석사학위를 딴 뒤 남편의 직장을 따라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면서 '파 이스트 이코노믹 리뷰' 등 언론사와 잡지사에서 기자 또는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와인 관련 기사를 쓴 것이 도움이 됐다.

--와인 공부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때는 1980년대 말 교환학생으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연수를 할때부터였다. 내가 어떤 와인이 맛있다고 하면 그 와인은 질이 좋고 가격이 비싼 와인이었다. 그때부터 "나에게는 와인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본격적으로 와인공부를 시작한 것은 1992년 때부터다. 이때 영국의 와인 관련 교육기관인 WSET의 디플로머(Diploma·학사) 과정에 등록해 1998년 학위를 땄다.

--언제부터 '와인마스터'에 도전했나.

▲IMW의 '와인마스터' 과정에 등록한 해는 2001년이지만, 출산 때문에 실제로 준비를 시작한 해는 2004년이었다. 2004년은 그 때 쌍둥이 아이들이 2년6개월이 되던 해였다.

-현재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지난 6월까지는 와인관련 교육기관인 '더 파인 와인스쿨'(The Fine Wine School)를 공동으로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현재는 책을 쓰기 위해 와인스쿨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이따금 강의만 하고 있다. 또한 영국의 저명한 와인 잡지인 '디캔터(Decanter)'를 비롯해 한국의 '노블레스'(Noblesse) 등 와인 전문지의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와인 관련 책을 출판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아시아인의 식탁에서 와인 마스터하기'(Mastering Wine at the Asian table)이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중이다. 6월까지 원고를 마무리해 9월쯤 책을 펴낼 예정이다. 복잡하고 미묘한 와인 세계를 아시아인의 시각에서 풀어나갈 계획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진과 그래픽을 곁들여 비전문가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영국 런던에서 매년 개최되는 '디캔터 월드 와인 어워드'(Decanter World Wine Awards)를 비롯해 '국제 와인 챌린지' 등 각종 와인 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초빙된 바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와인 관련 국제대회에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것이다. 특히 오는 4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리는 저명한 와인 박람회인 '비니탈리'(Vinitaly)에서 기조연설자로 초청됐다.

--사람들이 왜 와인에 관심을 보인다고 생각하나.

▲와인은 특별한 음료다. 최고의 와인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인격을 갖고 있다. 와인은 또한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다. 와인을 통해 기쁨을 얻을 수도 있고 슬픔을 느낄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는 절대로 와인을 마스터할 수 없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와인에 심취하고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여년간 작성한 '시음 노트'가 40권에 달한다고 들었는데.

▲1994년부터 와인 관련 메모를 꾸준히 해왔다. 시음노트는 모두 40권이 넘는다. 물론 이번에 쓰는 책은 이 시음노트를 토대로 한 책은 아니다. 언젠가는 이 시음노트를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다.

--소장하고 있는 와인은 몇 병 가량 되나.

유명한 와인도 많이 소장하고 있을 것 같은데.

▲2천병 가량을 소장하고 있다. 홍콩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지에 분산해 보관하고 있다. 1945년산 샤토 라피드 로칠드를 비롯해 최근 빈티지까지 다양한 와인을 소장하고 있다.

--한국 및 아시아 와인시장의 전망은.

▲아시아 와인시장은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아시아의 주요 와인시장은 도쿄와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베이징, 서울, 방콕, 쿠알라룸푸르 등이다. 한국은 아직 도쿄나 일본에 비해 와인시장이 발달해 있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중국 시장 또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