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와 소니 등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 기업 따라하기'에 나섰다.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이 현대자동차의 '현대 어슈어런스'와 똑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국 경제전문 CNN머니가 5일 보도했다.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현대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실직 등으로 할부금 납부가 불가능해졌을 때 차량을 일정 금액으로 되사주는 제도다. 현대차는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시청률이 높은 저녁 시간대에 TV광고를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1월 도입한 어슈어런스 제도의 효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빅3 등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 감소폭은 평균 42%에 달했다. GM 영업부문의 마이크 디지오반니 애널리스트는 "미국인들은 지금 실업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있다"며 "차량을 되사주는 바이백 프로그램을 포함해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 소니 역시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은 지난달 말 주바치 료지 사장을 상담역으로 후퇴시키는 방안을 포함한 쇄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TV · 디지털 카메라 · PC · 휴대음악 플레이어 등 4대 사업부문과 게임 자회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를 2개 사업부문으로 통폐합하고,기존 부문장보다 10살가량 젊은 40대 경영진을 대거 발탁한 게 골자다.

소니의 이 같은 변신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단행한 조직 쇄신안과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정보통신 · 디지털미디어 · 반도체 · 액정표시장치(LCD) 등 과거 10년간 유지해온 4대 총괄체제를 2개로 통합하고,부문 산하의 개별 사업부장에 전무 및 부사장급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을 돌파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 및 마케팅 전략을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