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한 종족이 자신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체크 무늬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 이르러 가장 사랑받아 온 디자인 패턴의 '스테디 셀러'다.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이 체크 무늬는 한 방향으로만 디자인된 스트라이프 무늬의 단순함에 비해 가로 세로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어 인기가 지속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로 세로의 조화가 깨져 불균형해진 '체크'는 고객으로부터 사랑을 못 받는다. 실례로 필자의 회사에서 그동안 판매했던 의류나 액세서리 제품 중에서 체크 디자인 품목을 조사해 보니 가로 세로의 균형이 언밸런스하거나 튀는 느낌을 주는 패턴은 역시 고객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반면 가로 세로가 조화롭게 됐다고 평가받는 체크 무늬라든가 체크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제품이지만 체크가 보일 듯 말 듯 은은하게 숨어서 제품 디자인을 받쳐 주는 제품군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좋았다.

원단에서도 이런 현상은 그대로 나타난다. 원단의 종류는 크게 직물과 편물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직물은 씨실과 날실이 서로 수직으로 가로 세로 교차하면서 짜는 방식이고,편물은 한 방향으로만 직조되는 옷감이다. 이 중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원단이 씨줄과 날줄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다양한 형태의 옷감으로 만들어지는 직물(woven)인데,짜는 형태에 따라 평직(平織 · plain weave),능직(綾織 · twill weave),주자직(朱子織 · satin weave)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 모두가 각각 가로 세로 간의 적절한 균형을 중심으로 잘 짜여져야만 소위 명품 원단이 탄생하는 것이다. 씨실이 날실에 비해 너무 빡빡하게 짜이거나,반대로 너무 느슨하게 짜여지면 옷감이 좌우나 상하로 틀어질 수도 있다. 씨실과 날실의 힘이 둘 다 과다하게 들어가면 옷감이 너무 빳빳해져서 그 멋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씨실은 씨실대로 자기 역할을 하면서 옷감의 쓰임에 맞게 날실이 들어올 최적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날실은 날실대로 그 공간에 부드럽게 맞춰 들어가야 가장 자연스러운 옷감이 만들어진다.

체크 무늬나 직물의 현상에서 보듯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쪽만을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반되는 곳을 바라봐 주고 배려해 주며 그들이 들어올 공간도 일부러 만들어 주고,또 반대로 그런 배려를 받는 경험을 해 나가면서 정말 좋은 명품 사회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는 여자를,기성 세대는 신세대를,내국인은 외국인을,사무직은 기술전문직을,경영인은 사원들을 반대 입장에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체크' 해 주는 '명품 체크'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오늘도 윗도리와 아랫도리가 진짜 어울리게 입었을까 고민하는 '패션인'의 한 사람으로서 몇 자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