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영업도 그런대로 괜찮은 의류회사를 서울 역삼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모 사장은 최근 하루에 은행 지점장과 은행원들을 서너 명씩 만난다. 거래를 트고 대출을 쓰라는 은행들이 줄을 선 것이다.

이 사장은 "어떤 날은 같은 은행에서만 두세 명의 지점장이 찾아와 대출을 받으라고 권한다"며 "불황을 맞아 일선 영업현장의 경쟁이 훨씬 더 치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지점장이나 일부 팀장급 직원만 인근의 중소기업 등을 돌며 영업을 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 아래 직원들도 창구를 떠나 현장 영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거액 예금이나 대출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진 데다 영업점에 오는 고객 수도 줄어 창구에 앉아 있기만 해서는 실적을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지점이 많이 몰려 있어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보험설계사나 카드모집인처럼 영업활동을 하는 은행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영업방식을 상품 형태로 정형화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일부터 신용대출 상품인 '프라임론'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론플래너가 고객과 약속을 정하고 찾아가 대출금액 및 금리 등에 대해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HSBC는 다이렉트 상품에 대해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판매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