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쟁점법안 10여개를 한꺼번에 통과시키기로 했던 지난 3일 오전 7시30분.국회에선 3당 정책위원회 의장 ·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간사,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한 여 · 야 · 정 협의체가 열렸다. 교육분야 현안인 교원평가제와 학교용지부담금 관련법을 본회의에 상정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날 1시간30분에 걸친 격론은 허무하게 끝났다. "이번엔 못하겠고 4월 국회에서나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여야의 입장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런 결과였다. 학교용지부담금 관련법률은 신도시 학교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고 교원평가제도 부적격 교원 퇴출 등 민감한 내용을 '거세'한 원론 수준의 입법안이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협의 초반에 "여야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검토하자"고까지 했을 정도였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실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막상 협의에 들어가자 안민석 · 이상민 의원 등 야당 교과위 간사들이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와 고려대 수시의 고교등급제 논란 등을 들먹이며 "정부가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법안들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당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때까지 거부하겠다'는 정치적 공세를 펼친 것이다. 안 의원은 "우리는 야당이고 우리도 살아야 할 것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교육분야 중대사는 뒷전이고 정쟁만 일삼는 18대 국회 교과위의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지난해 12월부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다섯차례나 열었지만 통과된 것은 한국연구재단법안 등 소소한 법안 서너 가지뿐이다. 교과위가 '태업'을 일삼는 동안 신도시 학교는 점점 콩나물 시루가 되어가고 있고 학생들은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작 여야 의원은 빗발치는 비난에도 꿈쩍을 하지 않고 있다. 급한 입법안들을 쌓아놓고도 상관 없는 사회적 이슈가 해결되기 전까지 꼼짝도 않겠다는 야당 의원들의 태도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한 발짝 물러서 야당을 달래고 합의를 이끌어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여당 의원들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