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얼어붙었던 회사채 발행시장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우량 회사채에 이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BBB+' 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도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공모발행 규모는 총 8조494억원으로 지난 1월 5조5760억원에 비해 44.3%나 늘어났다. 금융지주사와 캐피털 업체,공기업을 제외한 50여개 일반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만도 5조417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조550억원)과 1월(3조66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작년 말 연 3.4% 수준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최근 3.87%로 높아진 반면 8%에 육박했던 회사채(3년 만기 AA- 기준) 수익률이 6.6% 선으로 낮아지면서 스프레드(금리차)가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의 스프레드 축소는 투자자 입장에선 신용위험의 하락을,기업 입장에선 채권 발행 비용의 축소를 의미한다. 우승하 대우증권 채권영업부서장은 "지난해 말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며 금리가 급등해 발행을 미뤄왔던 기업들이 최근 금리 하락을 이용해 앞다퉈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며 "기관과 개인의 투자자금이 집중되면서 발행 물량 대부분이 원활하게 소화되고 있다는 점도 회사채 발행이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A0'와 'A-'급 회사채 발행금액이 각각 2조6150억원과 5700억원으로 1월 1조4850억원, 21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으며,'BBB+'급 채권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발행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6일 코오롱이 발행한 만기 수익률 연 6.0%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기관 청약 경쟁률이 2.2 대 1에 달했다.

이는 우량 회사채에 국한됐던 채권 매수세가 비우량 채권으로 확산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자금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확대됨에 따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BBB'급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도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신용등급 'A0'의 두산인프라코어가 연 7.4~7.7%의 금리로 2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GS칼텍스 SK텔레콤 현대차 LG이노텍 등 10개 기업이 1조5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