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가 집들이에 들어가면 낮은 입주율 탓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란이 늘 되풀이된다. '입주율이 낮기 때문에 편의시설이 들어서지 않는다''아니다.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입주율이 낮은 것'이라는 논란이다.

2기 신도시 가운데 최대 관심을 끄는 판교신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비누와 치약을 사기 위해 분당에 있는 상가까지 자동차를 타고 10여분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집들이를 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리 없다.

판교신도시의 신규 개설학교 사정을 보면 저조한 입주율에 기가 막힐 정도다. 2일 개교한 초등학교 4개교와 중학교 3개교의 학교당 평균 학생 수가 30명을 넘지 못했다.

낙생초등학교의 전교생은 고작 16명.2학년과 4학년은 학생이 각각 1명에 불과해 짝꿍조차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1학년과 3학년은 2명씩이고 5학년과 6학년은 7명과 3명이다. 산운초등학교에서 새학기를 맞이하는 학생은 28명이고 학생 수가 가장 많다는 성남송현초등학교도 118명에 불과했다. 학생부족 현상은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판교중학교는 전교생이 28명이며 3학년은 2명에 불과하다. 학교당 10명의 교사를 배치했으니 선생님마다 3명도 안 되는 학생을 가르쳐야 할 판이다. 24개 학급 가운데 21개 학급은 텅텅 비어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신도시개발 사업자와 건설업체들은 수수방관이다. 신도시여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할 뿐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그럴 듯한 대책 한번 내놓은 적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학교도 정상운영될 것이고 상가도 들어설 것이니 기다려보자는 얘기만 반복한다.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땅을 팔아 먹고 집을 팔아 먹을 때 "모든 시설을 완벽히 갖춘 상태에서 입주민을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외쳤던 다짐은 온데간데 없다. 오직 주택경기 침체만 탓하고 있을 뿐이다.

판교신도시에선 올 상반기 6205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아파트에 사람들이 제때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교에 가서 친구도 없이 하루 종일 혼자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 언제쯤 짝꿍을 만나게 될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