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제2기 경제팀이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 최소화와 외화유동성 공급 확충이라는 '큰틀'의 외환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3월 첫날부터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 폭등세는 지난주말 외국인 채권투자자에 대한 원천징수 면제, 글로벌 채권지수 편입 등 외자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대안들이 제시됐지만 정부가 기대하는만큼의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기 경제팀 출범이후 원달러 환율상승 200원 육박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20분 현재 전날보다 31원이 급등한 1565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환율 레벨은 외환위기 당시인 11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2기 경제팀이 출범한 지난달 10일 이후 15거래일 동안 23일(-17원), 25일(-0.3원) 이틀만 하락했을뿐 연일 상승 곡선을 그려내고 있다. 이 기간동안 원달러 환율은 184원이나 급등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씨티 국유화로 증시가 하락함에 따라 글로벌 달러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긍정적일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 연구원은 "월말이 지나서 외환보유액 부담이 줄긴했지만 정부가 공격적으로 조정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정부는 지난 주말 수준에서 미세조정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원달러 환율 차트상 저항선이 사실상 모두 사라진 만큼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울만한 긍정적 재료나 당국의 대규모 개입 없이는 달러화 상승 추세를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환율 움직임 지켜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환율 급등과 관련, "환율 상승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시장에 불안심리가 좀 있는 듯하고 주가가 많이 빠져 있다"며 "대내외 악재로 환율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나 수준에대해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환율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는 것이 아무 조치도 안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시장 반응은 '냉랭'


지난 주말 발표한 정부 대책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다. 정부가 3월 위기설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지만 과연 위기의 근본을 제대로 진단하고 있느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는 게 정설이긴 하지만 위기설이 제기됐던 지난해 9월 예기치 못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줬던 만큼, 이번에도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동유럽 국가 등 신흥국가의 금융불안과 실물경기 침체 확산 등 지난해 10월보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해명과 대안은 소극적"이라고 질타했다.

이 딜러는 "외채 기간구조가 개선됐다는 내용은 금융위기설 확산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며 "현재는 적자상황이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외화유동성 대책 발표가 오히려 외환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정부가 급하게 이것저것 발표하는 모습이 해외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쳐졌을 수도 있다"며 "'급하긴 급한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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