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또한번 입씨름만 요란했던 2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사실상 마지막 일정으로 오늘 본회의가 예정돼 있고,내일은 회기 마지막 날이다. 회기내내 미디어관련법 등 소위 '쟁점법안'에 매달려 민생경제법안 처리는 뒷전이더니 결국 어제까지도 여야는 협상이네,타협이네 하면서 종일 법석을 떨었다.

이제는 정말로 더 말이 필요없다. 과정과 경과가 어떠했든,여야간에 어떤 협상과 협의가 오갔든 국민들은 관심없다. 국민들은 오늘 본회의에서 민생경제관련 법안부터 처리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바랄 뿐이다. 국회는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달라는 게 여론이다. 행동은 물론 차질(蹉跌)없는 본회의 의결이다.

지금 경제위기의 골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는 연일 새 사실로 확인된다. 환율은 1500원을 훌쩍 넘어 10년 전 외환위기 때를 방불할 정도로 고공행진이고,우리 경제가 유일한 탈출구로 삼는 세계무역도 최근 몇달 새 20%줄었다. 고용은 매달 곤두박질치고,소비와 투자심리도 좀체 움직이질 않는다. 국세청이 세수 걱정을 시작하는 판에 수십조원의 추경예산은 무엇을 재원으로 할지,사방이 걱정거리다.

그런데도 여야는 그간 특정사안을 놓고 힘겨루기하느라 상호 합의해둔 법안까지 낮잠자게끔 하지 않았나. 본회의 상정예정 법안이 83건이고,법사위 계류 안건도 17건이다. 이들 법안은 민생경제법안이라는 공감대 아래 상호 합의했던 것이다. 서민주택확대를 위한 임대주택법,실업자 퇴직소득에 세액공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그런 예다. 출자총액폐지법안이나 금산분리완화법만 해도 이 정부 출범때부터 논의됐으니 오늘 처리된다 해도 1년씩이나 걸렸다.

이러고도 경제위기 극복에 국회가 발목잡는다는 지적에 변명의 여지가 있는가. 미국 의회는 지난 주말 행정부에 한국 등 3개국과 맺은 FTA안을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FTA를 위기돌파의 방편으로 판단한 것이다. 미국 밖에서는 비판받지만 자국 경제를 위해 보호무역정책까지 앞서 강구했던 게 미 의회다. 경제위기를 맞아 발빠르게 선도(先導)해가는 미 의회의 위기대처 자세가 부럽기조차 하다. 우리 국회도 즉각 밀린 법안을 일괄 처리하고 이 비상시기에 해야할 일을 찾아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