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일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 돈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돈맥경화'다. 돈이 돌지 않으면 부동산이나 주식 등 투자상품의 가격이 상승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은 다시 정기예금이나 MMF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시중자금 부동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살펴보자.첫번째는 수조원대의 자금이 한꺼번에 풀린 서울 마곡지구 등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총 3조3000억원의 보상금이 풀릴 예정인 마곡지구의 경우 보상금을 탄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현금으로 수령하기를 원하고 있다.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특정 개발지역이 수용을 당할 경우 해당 지역 내 땅주인은 보상금을 받아 주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일종의 관행처럼 돼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워낙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일단 MMF 등에 옮겨놓고 시간을 벌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2007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현금 대신 토지 등 현물로 보상을 받으려는 원주민들이 많아 협의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마곡지구의 경우 현물보상을 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곡지구에서는 주거지역의 경우 90㎡,녹지지역은 200㎡이상의 토지를 갖고 있는 소유주가 현금보상과 대토보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SH공사는 5호선 발산역 인근 상업용지 5블록(4만㎡)을 대토보상 토지로 지급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2006년 말 '토지보상금으로 받았다'는 100억원대의 자금을 들고 와 중국펀드에 '몰빵'해 수익률이 한 때 원금대비 2배까지 치솟았던 PB고객이 행내에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며 "그렇지만 요즘에는 '뭉칫돈'의 거의 대부분을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의 CP라든가 저축은행 예금 등 확정금리 상품에 예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납부자들에게 지난달 지급된 종부세 환급금도 MMF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뒤 시중에 다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박관일 신한은행 PB팀장은 "거래고객 상당수가 수백만~수천만원대의 종부세 환급금을 받았는데,10명 가운데 9명은 MMF로 옮겨두고 당장 지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MF 수탁액은 2월 한 달 동안에만 18조2586억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올 들어서만 37조614억원을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MMF 잔액이 줄어드는 시점을 잘 살펴보고 있다가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MMF 잔액 증가는 아직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자금이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 자금이 줄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시점이 주식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