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라."

한국경제신문이 은행 증권사 등 9개 금융회사의 프라이빗 뱅킹(PB) 담당임원을 대상으로 3월 재테크 시장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예금 채권 등이 잇따른 금리 인하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선 가운데도 '재테크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PB임원들이 이렇게 권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상황이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다.

3월 재테크 시장이 미국 은행의 국유화논란,동구권 모라토리엄설,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움직임 등 굵직한 외부악재로 갇힌 채 출발하는 탓이다.

다만 PB담당 임원들은 부동산 시장 규제완화의 수혜를 보는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 아직 바닥 아니다

9명의 설문 대상자 가운데 '주가 바닥이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4명은 3월 중 코스피지수가 900포인트대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주식시장이 1000~1100포인트대에서 주식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아직 바닥을 다진 게 아니라는 판단인 셈이다. 나머지 가운데 김영진 한국씨티은행 WM본부장을 제외한 4명은 3월 중 저점을 1000포인트로 제시해 봄이 오더라도 주가가 급격히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렇게 예상하는 가장 큰 근거로는 대다수가 동유럽발 금융위기를 꼽았다. 금기조

우리은행 PB사업단장은 "동유럽발 2차 금융위기가 서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증시의 투자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며 "3월 말 헤지펀드들의 결산을 앞두고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3월 초까지는 증시가 약세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결산을 앞두고 일본계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내용의 '3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대부분 "근거가 희박하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투자심리에 일부 악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권준일 하나은행 부행장보)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주가가 이처럼 낮은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상당수 PB담당 임원들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김영진 한국씨티은행 본부장은 "'방어적 투자'와 '시장회복기에 대비한 투자'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자산포트폴리오상에서 주식비중이 낮은 채권형 상품에 대한 비중을 늘려야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굳이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면 경기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음식료주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문진호 한국투자증권 PB본부장)는 조언도 나왔다.

◆정책수혜 받는 집값 움직일 것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특히 주택은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책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본부장은 "현재 일부지역 집값이 움직이는 것은 금리가 떨어진 가운데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3월까지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종옥 대우증권 WM영업지원본부장은 "경기회복기에는 도심접근성이 좋고 주택 관련 규제완화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지역들이 상승여력이 클 것"이라며 압구정동과 용산 등을 이런 지역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내집마련'을 꿈꾸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지금 집을 매입하는 게 좋을까,아니면 전세로 계속 사는 게 나을까. 9명 가운데 6명이 "실수요자라면 연내에 집을 사라"고 답변해 지금의 부동산 침체기가 내집마련의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내집마련에 적합한 시기를 못박지 않은 윤중재 SC제일은행 PB사업부 상무의 경우 "3개월짜리 CD금리 연동형 대출금리가 현재 5%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데,이게 4.5%이하로 떨어지면 적정 수준의 대출을 일으켜 주택구입에 나서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환율은 어디로

부인과 자식이 해외에서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만큼 요즘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환율 때문에 허리가 휘어질 정도이기 때문이다.

PB담당 임원들은 앞으로의 환율전망에 대해 "원 · 달러 환율이 3월 중 1500원대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하반기에는 120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금기조 우리은행 PB사업단장은 "3월 중 원 · 달러 환율은 1450~155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3분기 이후 1200~1250원대로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순현 국민은행 PB사업본부장도 "1500원대 안팎에서 환율이 움직이다가 하반기가 되면 120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