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혹시 있을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 압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구조조정의 여파를 피할 수 있을까. 회사가 내보내는 사람과 붙잡는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회사가 붙잡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조직적 관점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조직이 가는 방향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자신의 위치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조직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동료와 상사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대처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조직 내부 평가도 좋다. 이런 사람들은 개인적 성과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조직 기여도는 높다. 반대로 개인적 관점에 충실한 사람들은 조직의 목표나 가치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조직적 요구와 개인적 이해가 충돌하면 개인적 이해를 선택한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창출을 위해 모인 집단이다. '각자 혼자 하는 것의 합보다 함께 모여 일해서 얻는 결과가 더 크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함께 일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경기불황으로 경영사정이 나빠질 때 남길 사람은 조직적 관심에 충실해서 조직과 자신의 성장 발전을 동일시하는 직원들이다. 능력과 성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조직적 관점에 충실하고 충성심이 강해도 능력이 뒤지고 성과가 부진하다면 계속 안고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능력과 성과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경우,특히 공동의 성과를 만드는 업무환경이어서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면 판단의 기준은 하나로 모아지게 된다. '이 사람이 어떤 관점에서 일하고 생활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인사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능력보다 충성심 강한 직원이 예쁘게 보이고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 임원은 "퇴출 대상자를 결정할 때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것은 능력과 성과는 다소 부진하지만 조직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털어놓고 있다.

조직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을 바꾸면 된다. 문제는 관점의 변화에 걸맞게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이다. 생각이 바뀌면 태도가 바뀌고 태도가 변하면 행동이 변한다. 지금까지 자기 중심으로 행동하던 것을 조직 중심으로 바꾸려면 사실상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 그러나 변화가 싫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기로 작정했다면 구조조정을 우려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없다.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