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규제 완화로 올 들어 일부 지역 중심으로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가본 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따뜻한 봄과는 멀어 보였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1. 지난 14일 경기도 일산의 한 모델하우스. 미분양 아파트의 양도세를 감면해 준다는 소식에 주말을 맞아 방문객이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정명기 일산 자이 소장 "어제 문의도 80% 이상 서울에서 왔다. 실수요보다는 주로 투자 수요로 보인다." 현장을 찾았다가 그 자리에서 가계약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지난 23일 열흘만에 이 모델하우스를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미분양 물량이 680가구인 이 단지의 경우 그 사이 가계약만 1백 건 넘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식 계약은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바로 옆 또다른 건설사의 모델하우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제 계약이 이뤄진 것은 70건에 불과해 기대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오재영 벽산 블루밍 본부장 "요즘 경기가 아직 덜 풀렸다는 부분도 있지만, 혹시 더 나은 부양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 때문인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집값이 크게 떨어진 지금, 높게 책정된 분양가가 문제였습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 "식사지구만 동떨어져 분양가가 아직 높은 셈이죠. 평당 1450만원이니까. 이 밑에 풍동은 2년 전에 분양 시작했는데 780~890만원이니 차이가 엄청나죠.." 김포와 용인 등 양도세 감면 혜택이 더 큰 지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자들의 '눈치 보기'만 여전합니다. 경기 악화로 실질적으로 양도 차익을 얻을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 "추후 시세차익이 가능해야 양도세 감면이 효과가 있는데 최근에 집값이 많이 떨어졌고 미분양 단지 중심으로 여전히 분양가가 비싸 단기적으로 효과를 있다 해도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다." #2. 서울 송파구 잠실의 주공 5단지. 재건축 규제 완화에다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한다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올 들어 아파트값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찾은 이곳에서 '봄기운'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109제곱미터 한 아파트의 경우 지난 1월 한 때 호가만 2억원 넘게 올랐지만 이마저도 다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김찬경 잠실동 공인중개소 "실제 10억 7천만원~11억원까지 거래가 있었고 10억 2천까지 밀려 내려왔다. 지금은 10억 6,7천대로 약세로 돌아섰다. 정부 발표 직후에 잠실 재건축 한 달 간 200여 가구 거래됐는데 지금은 30가구 미만으로 거래가 급격히 줄었다." 올 초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상승세를 멈췄습니다.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강남 재건축 시장의 상승 폭이 한 풀 꺾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가 미뤄지면서 강남구는 6주 만에 하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더이상 매수세가 살아나기 힘든 만큼 집값이 오르기는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 "가격 상승 호재로 작용할 만한 남은 규제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 시행이라든지 투기지역 해제 결정 등이 남아있는데 대부분이 최근 거래나 호가 상승에 선반영돼 추가로 결정되더라도 대세 상승은 어렵다." #3. 지난 2일 사업 시행인가를 받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 재개발 지역을 찾았습니다. 이 지역의 경우 설 이후 재개발 지분값이 2천만 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앞둔 기대감 때문입니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를 높일 수 있어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줄어듭니다. 황서윤 옥수동 공인중개소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설 전까지 실종됐던 거래가 20건 가까이 이뤄지면서 매수세가 붙고 있는 추세다. 옥수 12구역 내 소형 지분의 경우, 프리미엄이 저점 대비 1천5백~2천만원 상승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반짝 거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입니다. 지난해 지분값이 곤두박질쳤던 만큼 일시적인 반등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분석입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 "최근 가격이 많게는 80%까지 회복돼 소비자들이 오른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도 거시경제가 계속 추락하고 있어 추가적인 상승보다는 약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급락하기보다 일정한 범위 내 박스권에서 등락을 오가는 장세가 지속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최근 일주일 새 돌아본 부동산 시장은 아직 완연한 봄이 왔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만을 남기고 사실상 모든 카드를 다 쓴 부동산 시장은 이제 경기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WOW-TV NEWS 이지은입니다. 이지은기자 luvhyem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