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가 26일 본격 휴업에 돌입한 데 이어 GM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도 다음 달 휴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줄줄이 휴업하는 것은 재고가 워낙 많이 쌓이고 있어서다. 차가 잘 팔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신차를 계속 생산할 경우 관리비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급감하고 있는 경유차 판매가 완성차 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휴업은 SUV · 중형차 라인 위주

완성차 업체들은 SUV 및 중형차 생산라인을 위주로 휴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차종의 경우 재고물량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5~6개월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6일부터 울산 2공장과 5공장의 투싼 생산라인을 멈추기로 했다. 투싼은 지난달 1682대가 팔려 전 달보다 26.1% 줄었다.

특히 울산 2공장은 작년 12월25일부터 올 1월11일까지 혼류생산을 위한 라인 합리화 설비공사로 가동을 중단했으며,이달 들어 수요 감소에 따라 야간 근무를 중단하고 주간 근무만 실시해 왔다.

수출 주력차종인 쏘나타와 그랜저 등을 생산하는 아산공장도 휴업에 들어간다. 휴무 기간은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9일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주문량이 큰 폭으로 떨어져 휴무에 돌입했다"며 "유연한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선 하루빨리 노사간 합의로 물량조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물량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조와 물량공동위원회를 구성,지난 24일부터 협의를 시작했다.

기아차는 SUV인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광주공장의 일부 라인을 지난 25일부터 중단하기 시작했다. 평일 기준으로 3일이지만,주말 특근이 없고 3 · 1절이 일요일인데 따른 대체휴일을 감안하면 최장 6일간 일손을 놓게 된다. 다만 기아차의 경우 휴무 대신 직원 교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GM대우는 다음 달 SUV인 윈스톰 등을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의 휴업기간을 최장 10일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2공장은 이달엔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멈췄었다. 제이 쿠니 GM대우 부사장은 "다음 달엔 마티즈를 생산하는 창원 공장만 정상 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쌍용차는 렉스턴 등을 생산하는 평택공장 1라인을 14일부터 멈췄으며,오는 6월 재가동에 들어간다. 휴업기간 중 생산직 사원들에게는 평균 임금의 70%만 지급된다.

◆경유차 판매 사상 최저

현대 · 기아차 GM대우 등이 줄줄이 휴업하는 것은 국내외 판매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현대차가 지난달 국내외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17만9000여 대로 작년 1월보다 26.7% 줄었고 기아차도 같은 기간 수출이 46.4% 감소했다.

무엇보다 SUV와 같은 경유차량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신차 중 경유차(버스 및 트럭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 불과했다. 협회가 경유차 비중을 본격 집계한 2002년 이후 최저치다.

경유차 비중은 2004년 35.6%로 고점을 찍은 뒤 2005년 27.9%,2006년 25.6%,2007년 24.1% 등으로 매년 감소해왔다. 경유차 판매가 저조한 이유는 경유가격 상승과 함께 환경개선부담금 등 정부 규제가 꼽히고 있다.

환경개선부담금은 유해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대해 복구비용 명목으로 징수하는 세금으로 1992년부터 시행됐다.

경유엔진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한국보쉬의 박영후 사장은 "요즘 출시되는 경유차는 과거와 달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적을 정도로 친환경 차량"이라며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을 즉시 폐지하고,유해가스 배출이 적을 경우 취 · 등록세 감면 등 혜택을 오히려 늘리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