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들의 잇단 비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추진 중인 농협 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조합장들은 "중앙회가 조합 의견을 묵살하고 있다"며 저항하고 정치권은 "농협법에 문제가 많다"며 개정안 처리를 늦추고 있다. 농협 개혁은 이명박 대통령이 개혁의 상징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다.

지난 25일 열린 농협 이사회에서 일부 조합장 출신 이사들이 현재 추진 중인 농협 개혁안에 불만을 표시하며 중앙회 임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한 조합장 이사는 "중앙회장이 농협법 개정안에 일선 조합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해놓고 농림수산식품부 논리에 밀려 농민들의 권익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회장을 포함해 관련 임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장 이사는 "일부 조합장들은 '이런 식이라면 중앙회장을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된 농협법 개정안에는 자산 규모 1500억원 이상인 조합의 조합장은 비상임화하고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조합 범위를 '읍 · 면'에서 '시 · 도'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조합장들은 조합 권한이 약해지고 농촌지역에 있는 소규모 조합들이 도시 조합에 통폐합된다며 반대해왔다.

국회의원들도 농협법 개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농협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의 불참으로 개최하지 못했다. 이낙연 국회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은 26일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농협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이 지고지순한 게 아니고 모든 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며 "현재 국회 사정상 2월 국회 처리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농협법 개정안은 최소한 4월 임시 국회 이후를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황의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으로 넘어가면 농협 개혁 추진은 힘들어진다"며 "정부와 조합,정치권이 조금씩 양보해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2403억원으로 전년(1조2576억원) 대비 80.8% 감소했다. 또 작년 순익에 대한 조합 배당금 1683억원 전액을 처음으로 중앙회 출자금으로 내기로 했다.

정인설/이태명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