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작했지만 지금은 직원 4명에 도와주시는 분만 해도 수십명이에요. "

국내에서는 생소한 아동도예 분야에 뛰어든 1인 창업자 배금진 세라하우스 원장(34 · 사진).그는 4대째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 가족의 막내딸이다. 대학 도예과를 졸업하던 해인 2000년에 들어간 직장은 디자인 회사.그렇지만 회사 사정이 나빠져 5년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배 원장이 구상한 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아동도예.생활도예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어린 나이부터 도자기에 친근하게 접근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시만해도 본격적인 아동도예 전문업체는 없었다. 그런만큼 기회이기도 했고,모험이기도 했다.

마침내 2006년 2월.모아놓은 돈 3000만원으로 서울 신사동에 10평짜리 점포를 임대했다. 그리곤 곧바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찰흙을 구하러 나섰다. 여주 이천 부산 등 전국 각지에 있는 도자기 재료상 20~30곳을 뒤졌다.

그 결과 만질수록 세토레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는 찰흙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이와함께 영 · 유아기를 위한 아동도예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도 동분서주했다. 전 세계에서 발표된 아동교육 논문,리포트 등을 꼼꼼히 공부했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서울 반포동 K초등학교에서 2006년 2학기부터 세라하우스의 교육프로그램을 정규 미술수업으로 채택했다. 배 원장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3~6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일주일에 16시간을 이 학교에서 보낸다.

세라하우스가 K초등학교 학생 외에 가르치는 학생 수는 한 달 평균 200명을 넘는다. 많을 땐 400~500명도 된다. 주로 유치원,초등학교,미술학원 등 단체로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이다. 배 원장을 포함한 5명의 일손이 달릴 때도 많다.

배 원장은 성공 요인으로 틈새시장 공략 전략을 꼽는다. "창업 당시 정부에서 여주 이천 광주에 도예촌을 만들어 서울에는 도예가들이 거의 없었던 데다 웰빙 유행까지 겹쳐서 아동도예라는 틈새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게 배 원장의 분석이다.

그렇지만 진짜 비결은 아이들을 위한 친화적인 교육프로그램이다. 배 원장은 무턱대고 도자기를 만들라고 시키지 않는다. 이솝우화를 들려주면서 등장하는 동물을 만들어 보게 한다. 미술책의 상감청자를 배울 때 직접 상감청자 기법으로 도자기를 빚어 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세라하우스도 커졌다. 직원은 4명이지만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굽는 외부 인력,재료를 공급해 주는 재료상,세라하우스에서 도예 기술을 전수받고 나가는 교육생까지 합치면 간접고용효과는 수백여명에 달한다.

작가로만 인식되는 도예가라는 직업을 생활 속에 정착시켜야 겠다고 판단한 배 원장은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도예과 학생들,1인 창업 지망자들에게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알음알음 배 원장의 성공 사례를 듣고 찾아오는 학생 수가 늘어 고민이란다.

"요즘 대학생들은 어찌나 빨리 배워가는지 제가 더 자극을 받는다니까요. 저만의 아동도예 노하우가 다른 분의 창업에 도움이 된다면 그야말로 기쁜 일이죠."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