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넌 정장을 입어도 캐주얼을 입어도 늘 그게 그거냐!"

인터넷 광고회사에 다니는 임동빈씨(33)는 직장동료에게 이런 핀잔을 자주 듣는다. 개성 있는 광고회사답게 주변에 워낙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많아 '평범 이하'인 그는 직장에서'워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임씨의 옷 색상은 블랙 · 화이트 · 회색 단 세 가지뿐.'블랙 & 화이트'는 베스트 드레서의 드레스 코드라지만 임씨한테는 예외였다.

싱글남 임씨는 "뒷모습이라도 '꽃미남'이란 소릴 들어보고 싶다"며 한국경제신문과 남성 캐주얼 브랜드 '까르뜨 블랑슈'가 함께 하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라' 이벤트에 사연을 보냈다.

지난 20일 서울 청담동의 헤어숍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에서 임씨의 변신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외근을 핑계로 일하다 나왔다는 그의 복장은 해묵은 '은갈치 양복'에 검은색 목폴라 티셔츠였다. 왜소한 체격에 170㎝의 키가 더욱 작아보였고,짧고 부실한 하체를 보완하기 위해 헐렁한 바지를 입었지만 오히려 결점이 더 부각돼 보였다.

이러한 임씨에게 까르뜨 블랑슈의 정세라 디자인실장은 △타이트한 연분홍색 면바지 △핑크빛 체크셔츠 △네이비 컬러의 카디건을 내밀었다. 그런데 탈의실에 들어간 임씨가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이유는 한번도 시도해보지 못한 딱 붙는 바지 때문.자신의 짧고 가는 다리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정 실장은 "연예인처럼 구두에 키높이 깔창을 몇 겹 넣지 않는 한 옷으로 보완하긴 힘들다"며 "당당하게 드러내는 게 오히려 멋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단,긴 면바지의 밑단 부분을 잘 접어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껑충한 일자나 한두 번 자로 잰듯 접어 올리면 '아저씨 스타일'이 되지만 약간 주름지게 복숭아뼈까지 돌돌 말아주면 '꽃남 스타일'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임씨가 자신없어 하는 것이 바로 숱이 적은 머릿결.더구나 유난히 모발이 가늘고 힘이 없어 아무리 스프레이나 왁스로 손질해도 금새 가라앉아 손질을 포기한 상태. 그렇다고 가발을 쓰게 할 수도 없고…. 강다현 헤어디자이너의 얼굴엔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고심 끝에 가수 환희처럼 앞머리를 더 짧게 손질한 스포츠형을 제안했다. 그의 콤플렉스인 넓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정수리 부분을 강하게 살린 계란 스타일을 연출했다. 강 디자이너는 "머리 숱이 적은 사람들은 정수리에서 앞으로 쓸어 내리는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이는 오히려 '머리숱이 적다'고 강조하는 것"이라며 "잘 세워지도록 짧게 손질한 후 정수리 부분만 강하게 퍼머넌트를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동료들에게 등 떠밀려 신청,'변신의 주인공'에 선정되긴 했지만 혹시 웃음거리만 될까 싶어 몰래 나왔다는 임씨. 하지만 잠시 외근 다녀온 줄 알았던 임씨의 180도 달라진 모습에 사무실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여직원 및 상사들의 시선과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일약 '스타'로 급부상했다.

글=안상미/사진=강은구 기자 saramin@hankyung.com
의상코디=정세라 까르뜨 블랑슈 디자인실장
헤어코디=강다현 헤어디자이너(정샘물 인스피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