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물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계경제의 대표적인 예인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서 개인신용과 가계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경제 전망은 더욱 안 좋아 신용카드 연체율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돼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전 계층의 신용도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가계신용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면 채무불이행자의 숫자는 증가하게 마련이다.

채무불이행의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당사자는 개인워크아웃제도나 개인회생제도,그리고 개인파산제도를 이용하게 된다. 개인파산제도는 1962년 파산법 제정 당시부터 명문화됐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신청자가 생겼다. 또 개인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워크아웃제도(2002년),개인회생제도(2004년) 등 재건형 프로그램도 도입됐다. 통계적으로 보면 개인파산은 1만2317명(2004년)에서 11만8571명(2008년)으로 크게 증가한 반면 개인워크아웃은 28만7352명(2004년)에서 7만9144명(2008년)으로 대폭 감소했다.

개인파산을 당하면 공법 · 사법상으로 그리고 실생활에서 여러 가지로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갱생 프로그램인 개인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보다 신용의 막장이라 할 수 있는 개인파산 신청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개인파산의 증가는 우선 종전의 회사법,화의법,파산법,개인채무자회생법을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로 통합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파산절차 간소화를 통해 파산과 면책을 동시에 진행시켜 조기면책을 가능하게 하는 등 통합도산법은 파산신청자의 권익신장을 크게 도모했다. 그러나 파산신청자의 편의성이 향상되고 면책허가율이 77%(2002년)에서 94%(2008년)로 계속 상승하면서 개인파산자가 대폭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개인파산신청은 곧 면책이라는 모럴해저드의 만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일부 변호사 및 법무사의 과당경쟁에 의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는 파산신청자 모집도 파산신청자의 증가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소득이 줄어 마지막 도피처로 파산신청을 하게 되는 생활고형 파산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소비증가에 의한 신용카드 이용증가 및 파산에 대한 오명의식 저하 등으로 나타나는 과다소비형 파산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반(反)신용사회 분위기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상당수 과다소비형 채무불이행자는 땀흘린 근로소득의 일정부분으로 채무를 갚아나가는 개인회생이나 워크아웃을 시도하기보다는 애초부터 곧장 땀흘리지 않고 손쉽게 부채를 탕감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개인파산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도 과다소비형 파산의 증가는 금융회사의 채권회수율을 낮춰 신용대출시장을 위축시키거나 이자율 상향조정으로 저소득층의 현금흐름을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생활고형 파산으로 치닫게 하는 악순환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향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경제상황에서 실업과 구조조정 한파로 채무불이행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모럴해저드와 연결되는 과다소비형 파산의 증가를 막기 위해선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법개정을 통해 전자재산조회시스템을 이용한 재산조회를 의무화해 채무자의 재산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둘째,채무자는 면책결정이 확정되면 복권됨에 따라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법원의 면책결정 후에도 일정기간 복권유예기간을 두어 건전한 채무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셋째,개인회생제도를 통해 채무를 조정해 건전한 회생을 도모하고 신용교육을 강화해 무지에서 비롯되는 파산을 줄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