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기업들의 큰 화두는 '성장'이었다. 기업들은 저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신규 사업에 진출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미국 주요 기업들은 매년 평균 3건 이상의 신규 사업을 시작했다. 신규 사업은 기업 성장의 중요한 원천일 뿐 아니라,구성원들에게 도전 의식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기업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신규 사업 진출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컴퍼니는 '핵심에 집중하라'는 책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 7개국의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을 분석해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한 초우량 기업들을 뽑아 보았더니,이들 대부분이 단 1개의 강력한 핵심 사업에 주력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초우량 기업들은 여러 개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게 아니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코카콜라,델컴퓨터,나이키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베인&컴퍼니의 연구 결과는 성장과 관련해 경영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수십년 간 경영해 온 핵심 사업에 집중할 것인가,아니면 처음 시작하는 신규 사업에 매달릴 것인가? 많은 경영자들은 기존 사업에서 더 이상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고 주장하지만,베인은 오히려 정반대의 조언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공들여 키워왔던 핵심 사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기존 사업을 너무 빨리 포기하고 엉뚱한 신규 사업에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신규 사업으로의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규 사업으로 확장하기 전에 자신의 핵심 사업을 정의하고,성장의 기회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사업을 검토하더라도 가급적 핵심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접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디즈니나 마블이 자신의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영화 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도 결국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관련된 인접 영역에서 승부를 겨루었기 때문이다.

불황기에는 무조건 움츠리거나 과감하게 베팅하기보다 핵심 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를 통해 사업을 한 단계 혁신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