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참에 차를 팔아 버려?'

중형 SUV를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 차장 A씨.2006년 처음 살 때만 해도 보물 1호였던 애마는 요즘 애물단지가 됐다. 경유 값이 급상승한 데다 해마다 비싸지는 보험료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주차비도 만만치 않고 아침 저녁 마다 벌어지는 전쟁 같은 교통체증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결국 그는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차를 없애자니 외근할 때나 급하게 가야 할 곳이 생기면 아쉬울 듯하다.

'가끔 차가 필요할 때만 이용할 수는 없을까? 필요할 때마다 차를 빌려줄 사람은 없나?'

사람들의 이런 고민을 파고든 기업이 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지프카(Zip Car)다. 1999년 스콧 그리피스가 영국에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영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지역 50개 도시민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프카의 자동차 공유서비스는 말 만큼이나 독특하게 운영된다. 자동차를 빌려 준다는 점에서는 일반 렌터카 업체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지프카는 대형 차량 보관소를 따로 두지 않는다.

대신 도로변,골목 안길 등 지역주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소규모 주차공간을 확보한다. 대여 및 반납 절차가 없다.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인 전자태그(RFID) 카드와 인터넷 위치 추적 시스템이 그 절차를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먼저 회원가입을 하고 RFID 카드를 발급받는다. 그 다음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차를 검색해 주변에 있는 자동차를 예약한다. 24시간 실시간으로 검색 및 예약이 가능하다. 예약이 끝나면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이용하면 된다. 가입 때 발급받은 카드를 자동차 앞유리 리더기에 대면 차문이 열리고 자동차 키는 안에 꽂혀있다. 예약한 시간만큼 이용한 뒤 반납은 처음 차가 있던 자리에 돌려 놓으면 된다.

이용료는 지역과 차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시간당 1만~1만5000원 수준이며 1일 요금은 7만원 정도다. 운행거리도 요금 산정에 반영한다. 이동거리가 290㎞ 이상이면 1.6㎞ 마다 5000원 정도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용료에는 최대 3억원까지 보장하는 보험료와 기름값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구글과 닌텐도 등 약 8500여 기업과 120여 대학에서 지프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할 때보다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택시비보다 적은 돈으로 원하는 곳을 몇 번이고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대중교통과 렌터카의 틈새를 파고 들어 성공한 케이스다.

세계경영연구원 조미나 이사/이하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