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미국 은행들의 주가가 국유화 논란으로 추락하면서 이들 주식에 투자하는 글로벌금융주 펀드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이미 거의 반토막난 상황에서 이들 은행이 국유화되면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이나 기존 주식의 감자로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져 이에 따른 수익률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특히 일부 펀드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씨티그룹이나 BOA 주식을 여전히 편입하고 있어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글로벌 금융주펀드들은 대부분 6개월 수익률(20일 기준)이 마이너스 40%를 크게 넘는 실정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의 '글로벌금융주의귀환주식'은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이 각각 -25.90%, -49.39%에 달한다. 이 펀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스위스 본사에서 위탁 운용되고 있다. 이 펀드는 씨티그룹이나 BOA 주식은 없지만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금융주를 89.66%나 편입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금융주 편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지역 금융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가가 급락해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신운용의 '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투자은행'은 씨티그룹과 BOA는 편입하지 않았지만 6개월 수익률이 -48.49%로 부진하다. 다만 3개월 수익률은 -6.64%로 양호한 편이다.

이 운용사의 현동식 글로벌운용2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투자은행 비중을 줄여왔으며 씨티그룹 BOA 웰스파고 등은 보유하지 않았다"면서 "소비자금융 부담이 작은 보험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현재 금융주 편입 비중은 88%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미 투자은행 중에서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만 들고 있으며 JP모건은 1% 이내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는 3개월과 6개월 수익률이 각각 -9.33%, -35.79%로 이들 펀드 중에서는 제일 나은 편이다. 그나마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 내 금융주를 절반가량 편입한 데다 환헤지를 하지 않아 원 · 달러 환율 상승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펀드는 전체 순자산 중 씨티그룹을 0.4%, BOA를 1.9% 편입하고 있다.

이 운용사의 이경식 선임펀드매니저는 "미 정부의 은행 국유화나 금융권 부실자산 매입 등의 정책들이 제기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바닥권에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아남은 금융주들이 반등하면서 전체 펀드 수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인덱스로글로벌뱅크'도 씨티그룹과 BOA를 각각 0.99%,1.53% 보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글로벌 은행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긴 하지만 이 지수 내 씨티그룹(1.14%)과 BOA(2.55%) 비중보다는 편입 비중이 낮다.

이 밖에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씨티그룹 주식은 없으며 BOA만 0.54% 편입하고 있다.

이재경 삼성증권 펀드리서치파트장은 "은행 국유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주의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펀드들도 수익률이 출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