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원화가치 급등에 채권가격도 소폭 상승

모처럼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감을 되찾았다.
특히 씨티은행의 국유화 논의는 지난주말 미국 증시에서는 악재로 작용한 데이 이어 장초반 우리 증시의 급락 상황을 연출했지만, 씨티의 국유화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도리어 호재로 작용했다.

151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씨티의 국유화 전환 소식에 1400원 후반대로 곧바로 내려섰다. 고환율 눈치를 보던 종합주가(코스피) 지수 역시 3% 이상 상승하며 지난주 지속됐던 하락 흐름을 반전시켰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의 매도 강도는 약해졌지만 10일 연속 순매도가 이어져 불안감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이는 동유럽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 심리가 여전를 높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 6일만에 상승 전환…기술적 반등?
코스피지수가 미국 씨티그룹발 호재에 힘입어 엿새만에 반등하며 1100선에 바작 다가섰다.
코스피지수는 23일 전거래일보다 33.60p(3.15%) 상승한 1099.55로 장을 마쳤다. 동유럽발 금융위기 우려로 닷새 연속 하락하며 1000선을 위협받았던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3% 이상 반등하며 1090선을 회복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은행 국유화 우려로 하락한 가운데 1050선으로 밀려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초반 저가매수와 외국인 매도 등이 맞서며 1050~1060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씨티그룹의 지분을 늘리는 것에 대한 협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로 돌아섰고 코스피지수는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코스닥지수도 전거래일보다 8.43p(2.30%) 오른 375.57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날 반등에 대해 본격적인 추세전환이라기보다는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씨티의 국유화는 단기적 호재에 그칠 것"이라며 "지수는 박스권 하단을 재차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팀장은 이어 "1분기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며 3월 코스피 예상지수를 950∼1180대로 낮췄다.

◆원달러 환율 10일만에 하락반전…불안요소는 상존
외환시장도 급속히 안정을 되찾았다.
이날 서울 외횐시장에서 10일째 상승세로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2.9원까지 치솟았으나 미국 씨티발 훈풍과 국내 증시 상승반전으로 140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가 9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나타냈고 2월 한 달간 흑자 규모가 2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 발표로 달러화 매집세가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였다.
또 지난 주말 열린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아시아 공동펀드의 규모를 80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원엔환율은 1991년 고시환율 집계이후 사상최고치인 100엔당 1627.58원까지 치솟은 뒤 다시밀려 1600원선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강세가 지속하면서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상승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수석연구위원은 "3월까지 200억달러의 외환 수요가 있는데다 동유럽 문제가 불거지면서 외국인 개방도가 높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이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환율 변동성은 다음 달까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등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제한적이나 불안 심리가 확대된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져 당분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가격도 소폭 상승
채권가격도 소폭 오르면서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가 내렸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0.09%p 내린 3.83%로 마감됐다. 국고채 5년물도 0.13%p 하락세를 보이며 4.64%를 기록했다.

회사채 3년물도 전날보다 0.07%p가 내린 6.86%로 마감됐으며 회사채 3년 BBB-물 역시 전날보다 0.05%p 하락한 12.39%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매도물에 채권가격 하락이 예상됐으나 환율이 1400원대로 급락하면서 저가매수세가 유입됐다. 시장 불안감이 다소 낮아지면서 만기 1년~2년사이 단기채에 대한 매수도 나왔다.

◆금융시장 당분간 변동성 큰 장세 전망
'씨티'라는 작은 구름이 걷혔다고 해서 본격적인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지표는 아직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년 만기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일 기준 4.51%로 전날보다 0.25%p나 뛰었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 9일(3.26%) 이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17일에는 4%대를 넘어섰고 2주 만에 1.25%p나 상승했다.

은행 CDS 프리미엄의 경우 우리은행은 6.53%로 전날보다 0.13%p 올랐고 국민은행은 4.95%에서 5.27%로, 신한은행은 5.75%에서 5.91%로 상승했다.

증시와 환율시장도 마찬가지. 국내외 악재가 겹겹이 쌓인 상황에서 개인의 매수만으로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외국인 순매도 행진, 미국 증시 하락추세 등 악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코스피지수가 1000선을 밑돌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국내 은행의 외화채권 만기가 3월에 집중적으로 돌아오는 데다 3~4월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으로 상당한 규모의 달러가 국외로 유출될 수 있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지도 높은 상황이다.

삼성증권의 소장호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는 단기 급락에 따른 추가적인 기술적 반등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외 악재가 아직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수가 1000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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