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3개월여 만에 다시 1500원을 넘어섰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5원 급등, 9일 연속 상승하며 1506원에 마감됐다. 최근 환율 상승세는 속도와 폭에서 모두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특히 어제는 주가도 큰폭으로 하락, '환율상승-주가하락'의 악순환(惡循環)이 재연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최근 시장 불안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3월 위기설의 영향이 크다. 3월 결산기를 맞아 일본계 자금 등의 대규모 유출로 환율이 급등한다는 시나리오다. 동구권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과 북한의 강경발언 등도 직 · 간접적으로 금융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총 외화차입금이 678억달러이고 3월 만기 일본계 자금은 60억달러에 불과,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금융위기 대처용 아시아 공동펀드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도 조만간 80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 확실해 외환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 한다.

사실 3월 위기설은 본질적으로 지난해의 10월 위기설과 같은 것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금융시장의 '쏠림'이 가속화되면 소위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당국은 시장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信賴)를 쌓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말 금융시장이 요동친 데는 정부의 우왕좌왕식 환율정책에 따른 신뢰 추락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