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AT 공부면신설

이번호부터 테샛(TESAT) 공부를 위한 특별한 지면을 생글생글 독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테샛은 한국경제신문사가 개발한 경제 이해력 능력 시험입니다.

이미 2회까지 치렀으며 우수한 고등학생들이 많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매주 테샛 1개 문제씩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물론 여기에 소개되는 문제들은 테샛 시험에서 출제된 기출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의 경제 이해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아울러 경제학의 기본 개념들을 리뷰하는 코너인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을 게재합니다.

이승훈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지 벌써 30년을 넘겼습니다.

우리나라 경제학 교육의 산 증인이기도 합니다.

이 코너에서 독자 여러분은 시장경제 이론을 둘러싼 시중의 억측과 혼선,잘못된 이론들을 말끔하게 재정리할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다음 사례 중 장기적으로 사회의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것 같지 않은 것은?


① 여러 어부들이 공동으로 굴을 채집하던 것을 어부마다 구역을 나누어 자기 구역에서만 채집하도록 한다.

② 어떤 사고가 발생하여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사고를 미리 예견하고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

③ 개인들의 계약이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해약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④ 개인들 간에 피해를 입히고 입은 경우가 발생하면 반드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다.

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모든 물건에 사유재산권을 확립해준다.

▶▶ 해설

[테샛 따라잡기] 다음중 시장 효율성에 반하는 사례는 어느 것인가?
제1회 테샛 시험에 출제된 이 문제는 시장이 작동하는 기본 원칙을 묻고 있다.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면 쉽게 답할 수 있지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으면 오답을 피하기 어렵다.

사회의 효율성은 시장이 잘 작동될 때 높아진다.

효율과 형평을 모순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형평과 정의는 결코 시장원리에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거래의 규칙이 분명해야 하고 사유 재산권도 명확히 확립돼야 한다.

재산권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를 갖지 못한다.

자원도 낭비된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률은 26.5%에 불과했다.

③번이 정답이나 ①과 ④를 선택한 답안이 각각 22%,30.8%에 달했다.

①은 '공유지의 비극' 문제다.

예를 들어 마을에 공동 초지가 있을 경우 마을 주민들은 초지를 과다하게 사용해 결국 초지가 황무지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 공유지 비극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채취량을 규제하거나 소유권을 구성원들에게 분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부들에게 구역을 나눠 주고 자기 구역에서만 굴을 채집토록 하면 채집량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그 결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보기 ② ④ ⑤도 마찬가지다.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원칙은 정부 실패를 예방하는 조치다.

'개인들 간에 피해를 입히고 입은 경우가 발생하면 반드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다'거나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사유재산권을 인정한다'는 조치는 거래의 신뢰성을 높인다.

하지만 보기 ③처럼 '개인들의 계약이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해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

사회 구성원들은 계약이 제대로 지켜질까 우려하며 교환을 기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회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뢰사회의 기반도 무너진다.

법에서는 사정이나 조건의 변경에 대해 면책을 두고 있지만 이 경우라도 보통의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오답 중에는 ④를 선택한 답안이 많았다.

지문의 '반드시'라는 단어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반드시'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자칫 틀린 설명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피해 보상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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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시장은 먹고 먹히는 정글이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에는 자원이 필요하다.

기본적 의식주는 물론이고 더 편하고 안락하게 살기 위하여 사람들은 물자를 원한다.

이 물자를 재화라고 한다.

영화나 여행처럼 손에 잡히는 물자가 아니면서 생활에 긴요한 형체 없는 것들도 많다.

이것들을 용역 또는 서비스라고 부른다.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원이다.

각종 지하 자원과 임수산 자원,그리고 인적 자원에 이르기까지 자원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자원은 특정 시점에서는 항상 그 수량이 유한하다.

사람들에겐 재화와 용역이 많을수록 좋은데 자원은 항상 유한한 것이다.

이러한 자원의 특성을 희소성이라고 한다.

희소한 만큼 자원은 가장 필요한 용도에 알뜰하게 써야 한다.

자원을 알뜰하게 쓰는 개인은 헤프게 쓰는 사람보다 윤택하게 산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원을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쓰도록 된 나라는 번영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쇠락한다.

같은 자원을 쓰더라도 더 필요한 일을 하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원을 더 절약하면 일을 더 잘하는 것이다.

자원의 희소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원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하여 그 용도를 선택하게 만든다.

그런데 정해진 수량의 자원을 사람마다 자신이 선택한 용도에 쓰겠다고 나서면 그 수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모자랄 수밖에 없다.

필요에 비하여 자원의 수량이 모자라면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모자라는 자원을 용도별로 배정해야 하는 것이다.

계획경제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자원을 배정하지만 시장경제에서는 경쟁에 맡긴다.

사람들은 서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자원의 희소성은 사람들이 그 용도를 잘 선택하도록 몰아가고 부족은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다.

경쟁에 아무 규칙도 없다면 시장은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이 지배할 것이다.

시장 경쟁은 호가 경쟁의 규칙을 따른다.

남보다 더 높은 값을 지불하는 사람이 그 상품을 가져간다.

자기 소득을 더 많이 포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이기도록 안배하는 것이 시장 경쟁의 규칙이다.

상품이 모자라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사려는 사람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경쟁한다.

반대로 초과 공급이 발생하면 부족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판매 기회다.

기업은 판매 기회에 대하여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즉 상품 값을 인하하면서 경쟁한다.

만약 수요와 공급이 완전 일치하여 부족 사태가 나타나지 않으면 경쟁은 없어지고 상품은 그 가격에서 거래된다.

소위 수요ㆍ공급의 법칙이다.

호가 경쟁의 질서가 유지되는 시장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아니다.

그러나 호가 경쟁의 경쟁력은 결국 각자의 소득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경쟁 규칙은 결국 부자가 강자로 군림하는 규칙이다.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시장이라면 정글과 무엇이 다른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